[성경 속의 인물] 희년(禧年)
희년(禧年)은 히브리어로 요벨(yobel)이다. 요벨은 ‘수양의 뿔’을 뜻한다. 희년을 이렇게 부른 것은 그날이 되면 수양 뿔로 만든 나팔을 불며 희년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레위기에 의하면 칠 년마다 맞는 안식년을 일곱 번 지낸 뒤 ‘50년마다’ 희년을 선포하게 했다.
‘너희는 안식년을 일곱 번 헤아려라. 그러면 마흔아홉 해가 된다. 그리고 일곱째 달 초 열흘날에 나팔 소리를 크게 울려라. 너희는 이 오십 년째 해를 거룩한 해로 선언하고 너희 땅에 사는 주민에게 해방을 선포하여라. 이 해는 너희의 희년이다. 너희는 저마다 제 소유지를 되찾고 자기 씨족에게 돌아가야 한다.’(레위 25,8-10)
이렇듯 희년이 되면 유다인들은 여호수아가 분배했던 가문의 땅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 땅은 야훼께서 주신 땅이었기에 영구히 팔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설사 팔더라도 희년까지 한시적으로 이루어졌다. 땅을 산 사람도 희년이 되면 돌려주고 돈을 되받았다. 한편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땅은 쉬게 했다. 그리고 저당 잡았던 토지와 집은 돌려주고 종들은 해방시켰으며, 모든 부채는 면제되었다. 희년은 유다인 달력으로 7월 10일, 속죄일에 선포되었다.
구약의 희년은 중세기를 거치면서 성년(聖年)으로 변신한다. 교황 보니파시오 8세는 기원후 1300년이 되자 당시 법으로 용서받을 수 없다고 선언되었던 죄도 일정한 의식을 통해 용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성년의 출발이다. 교황은 교회법에 저촉된 이들에게도 사면령을 내렸고 100년마다 성년을 지내도록 했다. 그러다 클레멘스 6세 교황은 50년마다 지내게 했고(1342년) 바오로 2세 교황은 다시 25년으로 바꾸었다.(1470년) 가장 최근의 성년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포했던 2000년 대희년이다.
오늘날 유다교는 희년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유다인들 역시 성경에 기록되어 있기에 알고 있지만 지키지 않는다. 고리대금과 전당포를 통해 부를 축적해 왔기 때문이다. 현대에도 금융과 임대업을 통해 세계경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니 희년의 교훈이 눈에 들어올 리 없을 것이다. 희년은 지구상에 나타난 어떤 제도보다 앞선 제도였다. 희년법이 제대로 실시된다면 빈부의 격차는 쉽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8월 7일 연중 제19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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