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바빌로니아인
바빌로니아는 메소포타미아 아래쪽에서 시작된 고대 국가의 명칭이다. 오늘날로 치면 바그다드에서 페르시아 만에 이르는 이라크 남부지역이다. 그리고 수도 바빌론은 수천 년 동안 이 지역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제국이 등장하기 전에는 이 지역의 남쪽은 수메르라 불렀고 북쪽은 아카드라 했다.
수메르는 도시국가의 연합체였다. 그런데 주도권을 잡으려 자주 싸웠다. 그러면 북쪽의 아카드가 틈새를 노리고 침략해 왔다. 그럴 때면 연합군을 형성해 아카드인을 물리쳤다. 이렇듯 두 민족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다. 그러면서도 풍성한 문화를 낳았다. 인류 최초로 문자와 법전을 만들었고 도자기 굽는 화로와 밭 가는 쟁기도 그들의 발명품이었다.
하지만 두 민족은 북쪽의 아모리족에게 정복당하고 만다. 이들은 유프라테스 상류에 살던 유목민으로 기원전 2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전 지역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300년 가까이 통치하며 바빌론 중심의 문화를 확정지었다. 수메르인과 아카드인은 이들에게 흡수되어 하나의 부족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모리족의 팽창을 주도한 인물은 제1왕조의 여섯 번째 임금이었던 함무라비다. 그가 만든 법전은 1901년 이란의 고대도시 수사에서 발견되었다. 높이 2.25m의 돌기둥에 282조의 규정이 쐐기문자로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현재는 루브르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함무라비가 죽자 바빌로니아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히타이트 족의 식민지가 되기도 했다가 아시리아의 지배를 받기도 한다. 그러다가 제2왕조가 부활했지만 1세기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아시리아의 속국이 되었다. 이후 기원전 7세기가 되자 비로소 제3왕조인 ‘신바빌로니아’가 출현하게 된다. 유명한 임금은 이스라엘을 바빌론의 포로로 데려갔던 네부카드네자르 2세다. 그는 아시리아를 멸망시키고 바빌론의 영화를 재현했으며 뛰어난 건축물인 지구라트를 되살렸다.
기원전 539년 신흥국가 페르시아의 임금 ‘키루스’는 바빌로니아를 멸망시키고 포로들을 돌려보낸다. 유다인들도 이때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키루스는 바빌론을 파괴하지 않았고 그들의 종교도 인정하였다. 이 상태는 BC 331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바빌론을 정복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후 희랍인의 시대가 되자 바빌로니아인은 변방의 주민으로 남게 된다. 이들의 후손이 오늘날의 이라크 사람들이다.
[2011년 10월 16일 연중 제29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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