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부제
교황청에서 발행한 2011년 ‘교회 연감’에 의하면 전 세계 성직자 수는 46만 명 가까이 된다. 주교 5,104명 사제 41만 6,904명 그리고 종신부제 3만 9,564명이다. 사도행전 6장에는 초대교회 신자들의 불평이 비치고 있다. 공동생활에서 홀대받는 교우들이 있다는 불만이었다. 사도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담 봉사자 7명을 뽑는다(사도 6,1-7). 순교자 스테파노는 일곱 봉사 중의 한 분이었다. 이들이 종신부제의 원형이다.
초대교회는 그들을 디아꼬누스(Diaconus)라 했다. 영어의 디컨(deacon)이다. 어원은 희랍어 디아코네오(Diaconeo)인데 ‘섬기다, 시중들다’라는 동사다. 가톨릭에서는 이 용어를 부제(副祭)로 번역했고, 개신교에서는 집사(執事)로 번역했다. 한국에서는 사제품 받기 전에 의무적으로 부제품을 받게 한다. 그리고 평생을 부제로 살아가는 종신부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초대교회 부제들의 주된 업무는 재정과 재산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이들에게는 일정한 자격이 요구되었고 끝까지 보조자로 남게 했다. 사도들은 안수를 통해 신분을 인정했다(사도 6,6). 부제들이 있었기에 사도들은 말씀전파와 성사집행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후 부제품은 성직제도의 독립된 품계로 자리하게 된다. 사도행전은 부제를 ‘평판이 좋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사도 6,3)이라고 했다.
초대교회는 공동생활을 했다. 양식을 나누고 물품을 조달하는 일이 부제들이 하는 일이었다(사도 6,1). 그들은 철저하게 사도들의 협조자로 처신했으며 재산을 관리했기에 박해자들에게 가혹한 심문을 받았고 장렬하게 순교했다. 이러한 부제의 역할은 중세를 거치면서 제한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사제품을 받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축소된다. 부제의 원래 역할을 되살린 종신부제직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생긴 제도다. 사제성소가 부족한 나라에서는 현실적 대안이 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가 38명으로 가장 많고 베트남 21명, 필리핀 17명, 일본에도 13명이 있다.
종신부제 자격은 35세 이상의 미혼 또는 기혼 남자로 직장을 가져야 한다. 혼인한 경우는 배우자의 동의가 필수 조건이며 부제품을 받은 후 배우자를 사별했을 경우 재혼할 수 없다. 독신자의 경우는 부제과정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야 한다.
[2012년 5월 13일 부활 제6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