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인물] 느보산
해발 835m의 느보산은 모세가 죽은 곳이다. 가나안을 내려다보며 안도의 눈을 감은 산이다(민수 21,20). 광야에서의 40년 방황이 끝났음을 알고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던 것이다. 따라서 느보산은 출애굽 사건의 종결점이며, 약속의 땅이 시작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아모리족 소유였지만 여호수아가 확보했고 르우벤 지파의 땅이 되었다.
모세가 숨을 거둔 장소는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초대교회 때부터 은수자들이 모여들었고 순례 장소로 각광받았다. 이곳을 방문함으로 삶의 복잡한 일들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4세기에는 기념성당이 세워졌고 6세기와 7세기에도 건물들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십자군 시대를 거치면서 파괴되었고 잔해만 남아 있었다. 현재 느보산 정상에는 4세기의 성당이 복원되었고, 1932년에 세워진 프란치스코 수도원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느보산에서 남쪽 3k m 떨어진 곳에 또 다른 봉우리가 있다. 무카야트(Mukhayyat)라 불리는 해발 790m의 봉우리다. 이곳에도 6-7세기에 세워진 교회와 수도원이 있었음이 최근의 발굴로 확인되었다. 교회 바닥은 정교하고 예술성 높은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었고 당시의 생활상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모세가 약속의 땅을 못 밟은 것은 억울한 일이다. 40년을 방황하다 이제 눈앞에 두고 죽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은 은총이었다. 가나안 땅은 약속으로 주어졌지만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피 흘리는 전투를 치러야만 했다.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싸움보다는 죽음이라는 안식을 주셨던 것이다.
모세의 죽음은 분명하게 언급되어 있다. ‘모세는 주님의 말씀대로 모압 땅에서 죽어 묻혔고 오늘까지 그 묘를 아는 자가 없다(신명 34.5-6).’ 이렇듯 성경은 위대한 인물의 죽음을 기록함으로 신격화 되는 것을 막고 있다. 모세오경의 많은 기적들도 이후의 성경에서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 역시 신화적 요소의 점진적 제거로 볼 수 있다.
로마 시대의 유대인 역사학자 요세푸스는 모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모세는 죽지 않고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후 유대교 미드라쉬(구전 해석서)들도 모세의 죽음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곤 했다. 느보산은 ‘인간 모세’를 올바로 보게 하는 산이다.
[2012년 5월 27일 · 6월 3일 성령 강림 대축일 · 삼위일체 대축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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