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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역사서 해설과 묵상: 판관기 개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25 조회수3,157 추천수1
역사서 해설과 묵상 (34) 판관기 개관


판관기는 여호수아기와 마찬가지로 민담, 부족전승 그리고 영웅설화들에 관계된 역사적 단편자료들을 신명기계 편집자가 자신의 신학적 의도와 틀에 맞추어 쓴 것이다.

판관기는 기원전 1200년경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정착할 때부터 기원전 1030년경 왕정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이스라엘 백성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이 시기는 여호수아가 죽고 사무엘 예언자가 등장하기 직전까지 약 20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부족별로 흩어져 살던 때다. 이 시기에 이스라엘 백성은 제대로 된 국가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각 부족별로 흩어져 살았는데, 주변민족들이 침입하는 민족적 위기가 닥쳤을 때 특출한 인물이 나타나 백성을 구원하던 시기다. 다시 말해 부족동맹체제에서 왕정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이스라엘 백성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판관기가 잘 말해준다. 판관기는 가나안 정착의 최후단계, 그 시대의 사회적 여건, 각 지파간의 관계와 주변 민족들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사적 자료다.

그러나 판관기는 역사적인 자료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신학적이고 종교적인 작품이라고 보아야 한다. 판관기 저자는 약 200년 동안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기록하려 하지 않고, 그 시대 안에서 활동하셨던 하느님의 구원업적을 기록하여 이스라엘 백성에게 교훈을 주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판관기를 자세히 읽어보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이방민족들의 침입을 단순한 민족 분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판관기의 저자는 그런 국가적 불행을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을 배반한 데 따르는 ‘처벌’로 이해한다. 판관기의 저자는 이스라엘 역사 안에 개입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거기서 보았다. 그래서 판관기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은 전쟁준비를 해서 이방민족들을 쫓아내려 하기보다는 먼저 하느님께 부르짖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처럼 역사를 신학적으로 볼 줄 알았다. 자신들이 당하는 국가적 불행의 이유를 ‘재수가 없어서’라거나 단순히 ‘나라의 힘이 약해서’라고 생각하지 않고 깊은 신앙의 눈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큰 곤경을 당했을 때 먼저 하느님을 제대로 섬기지 못한 것을 잘못을 뉘우치고, 신앙인으로서 제대로 살지 못한 것을 겸손하게 뉘우치면서 하느님의 도우심을 호소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판관기의 근본적인 관점은 역사를 신앙의 눈으로 본다는 것이다. 사실 여호수아기부터 열왕기에 이르는 신명기 학파 역사서의 근본적인 관점 역시 마찬가지다. 곧 자신들의 지난 역사를 신앙의 눈으로 돌이켜 보는 것이다. ‘왜 가나안 땅에서 쫓겨났는지? 왜 다윗왕조가 멸망했는지?’ 이런 것을 신학적으로 설명하고자 지난 600여 년 동안의 역사를 돌이켜 보고 쓴 것이 여호수아기부터 열왕기에 이르는 거대한 역사서다. 특별히 판관기의 저자는 모든 역사적 사건 안에서 하느님의 이끄심과 손길을 본다. 자신들이 겪은 모든 것을 신앙의 관점에서 보고, 신앙의 관점에서 기록한 책이 판관기다.

묵상주제

판관기 저자는 국가의 위기를 신앙의 눈으로 읽어낸다. 이런 관점은 판관기 저자의 관점일 뿐만 아니라 역사서 전체의 관점이고 더 나아가 정통 예언자들의 관점이다. 예언자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보았다. 우리 역시 판관기 저자처럼 우리나라의 역사와 현실을 신앙의 눈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현실상황을 신학적으로 판단하고 해석해야 한다.

[2013년 2월 24일 사순 제2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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