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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 속의 인물: 만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06 조회수2,774 추천수1
[성경 속의 인물] 만나


만나는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40년을 버티며 먹었던 음식재료다. 흰색의 작은 씨앗처럼 생겼으며 맷돌에 갈거나 절구에 빻은 뒤 빵이나 다른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꿀 섞은 과자 맛과 비슷하다고 했다(탈출 16,31).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떠날 때 노예에서 해방되는 기분이었다. 당시 이집트는 나일 강 하류에 신도시를 세우고 있었다. 히브리인들은 대부분 벽돌 만드는 기술자였기에 엄청난 노동력을 제공해야 했다. 모세가 이집트를 떠나려 할 때 파라오는 끝까지 반대했다. 제일 큰 이유가 노동력의 상실이었다. 이들이 빠져나가면 신도시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이다.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은 현실의 고통은 자기들과 무관한 것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모세를 통해 하느님의 기적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설사 재앙이 오더라도 주님께서 즉각 없애준다는 철없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위험한 발상이었다. 주님께서는 생각을 바로잡으시려 시련을 내리신다. 배고픔의 고통이었다.

견디다 못한 군중은 모세를 향해 불평을 토로한다. ‘당신은 우리를 모조리 굶겨 죽이려고 이 광야로 끌고 왔소?’(탈출 16,3) 사막에는 먹을 것이 없는데다 위험했다. 더구나 이민족의 공격을 받으면 굶주림에 지친 그들은 노예로 잡혀갈 처지였다. 죽음의 공포가 덮어오자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주님께서는 기적의 양식을 내려 주신다. 고통에서 해방된 것이 아님을 사람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음식이 만나였다. “이슬이 걷힌 뒤에 보니 잘기가 땅에 내린 서리처럼 잔 알갱이들이 광야 위에 깔려 있는 것이었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은 이게 무엇이냐 하고 서로 물었다(탈출 16,14-15).”

만나의 어원은 ‘이게 뭐냐’라는 히브리말 만후(manhu)에서 왔다고 한다. 이후 이들은 40년간 만나를 먹게 된다. 이집트를 떠나면 곧바로 약속의 땅에 갈 줄 알았는데 40년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광야에서 보낸 사십 년은 민족정신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였다. 주님의 도우심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막에서의 생존은 얼마만큼 그분께 충실하냐에 달려 있었다. 불충으로 어느 날 만나가 끊어지면 곧바로 굶주림에 허덕여야 했기 때문이다.

[2013년 4월 7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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