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 해설과 묵상 (40)
“나는 그들을 너희 앞에서 몰아내지 않겠다. 그리하여 그들은 너희의 적대자가 되고 그 신들은 너희에게 올가미가 될 것이다.”(판관 2,3)
판관기의 서문(1,1-3,6)은 가나안 정복의 끝을 말해준다. 각 지파가 각자 살길을 찾아 가나안 땅을 정복하고, 거기 정착하는 과정을 전해준다.
판관기 1장 1절은 “여호수아가 죽은 뒤에”라고 시작한다. 이것은 판관기의 내용이 여호수아 업적의 속편이라는 것을 가리킨다. 이 구절은 판관기를 여호수아기의 끝과 연결시키려는 편집자의 의도를 암시한다. 서문에는 여호수아기와 병행되는 내용이 많다.
판관 1장 12-15절 = 여호 15장 13-19절.
판관 1장 21절 = 여호 15장 63절.
판관 1장 29절 = 여호 16장 10절.
판관 1장 27-28절 = 여호 17장 11-13절.
판관 1장 34-35절 = 여호 19장 47절.
그러나 판관기의 서문은 가나안 땅을 완전히 정복하는 여호수아기의 묘사와는 대조적인 것이 많다. 판관기의 서문에 따르면 정복되지 않은 지역이 많이 남아있었다.
판관기 1장 1-7절을 보면 유다 지파는 시메온 지파와 연합해 베젝에서 가나안족과 프리즈족을 무찔렀다고 한다. 여호수아기 19장 1-9절에 따르면, 원래 시메온 지파는 유다 지파의 남쪽 영토를 유산으로 받았지만 나중에 유다 지파에 흡수되었다. 그러므로 판관기 1장 1-7절은 시메온 지파가 유다 지파에 흡수되기 전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판관기 1장 8-21절은 유다 지파의 활동을 보고한다. 유다 지파는 예루살렘, 헤브론, 드비르) 그리고 필리스티아인들의 도시를 점령했다. 판관기 1장 22-26절은 요셉 가문의 활동을 보고한다. 요셉 가문은 므나쎄 지파와 에프라임 지파를 일컫는 오래된 표현이다. 요셉 가문은 베텔을 정복했다. 판관기 1장 27-36절은 나머지 지파들의 가나안 정착 상황을 보고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거기 살던 원주민들을 쫓아내지 못하고 함께 섞여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판관기 2장 1-5절은 가나안 정복을 종교적으로 서술하는 내용이다. 가나안 땅에서 첫 진지였던 길갈(여호 4,19 참조)에서 온 주님의 천사가 말한 내용으로 되어있다. 가나안에 정착한 뒤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원주민들과 계약을 맺지 말라는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았고(판관 2,2), 그래서 이곳 원주민들은 이스라엘 백성을 옭아매는 올가미가 되었다는 것이다(판관 2,3). 이 말씀을 듣고 백성은 목 놓아 울었고 그래서 그곳을 ‘보킴’이라고 불렀다. 이와 같이 비극적인 내용의 서론은 곧 등장할 판관들이 수행할 역할을 마련하는 터전이 된다.
판관기 2장 6절-3장 6절은 판관들의 이야기에 대한 신학적인 해설로서, 여기에는 신명기 학파 역사가의 역사신학이 드러난다. 다시 말해 신명기 학파 역사가가 다양한 개별영웅들의 이야기를 공통적인 주제로 묶는 기본적인 틀이 거기 있다. 그 틀은 ‘배반, 처벌, 호소, 구원, 다시 배반’이라는 다섯 단계의 도식이다.
묵상주제
“판관들은 각각 그 이름에 걸맞게 우상숭배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고 주님에게서 돌아서지도 않았다. 그러니 그들이 축복 속에서 기억되기를!”(집회 46,11)
[2013년 4월 7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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