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 해설과 묵상 (41)
“이스라엘 자손들은 주 저희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바알들과 아세라들을 섬겨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렀다.”(판관 3,7)
판관기 3장 7절부터 본격적으로 판관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대 대부분의 학자는 판관기 3장 7절-16장 31절 판관들의 이야기는 신명기계 편집자에 의해 최종적인 형태가 정해졌다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이 편집자들은 개별 영웅들의 이야기를 공통된 주제로 묶는 기본적인 틀을 제공했다.
판관기 3장 7-11절은 첫 판관 ‘오트니엘’의 이야기다. 오트니엘은 과도기적인 인물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가나안 정복에 참여했고 드비르를 점령했다(판관 1,13). 그런 그가 여기서는 이방민족의 압제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한 군사 지도자로 나타난다. 일부 학자는 오트니엘 이야기의 역사적 신빙성을 의심한다. 그 이유는 쿠산 리스아타임은 허구의 인물이고, 또 북쪽 아람 왕이 팔레스티나 남쪽에 정착한 유다 지파를 압제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오트니엘 이야기의 역사성을 옹호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 근거는 기원전 1200년경 아람 사람들이 이집트로 쳐들어갔는데, 그 중간에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 특별히 유다 지파는 이집트로 진군하는 아람 군대에 짓밟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트니엘의 이야기에는 판관기 2장 6절-3장 6절의 ‘교리적 서언’에 나타나는 신명기 학파 역사가의 기본적 관점이 잘 요약돼 있다.
1) 배반(판관 3,7) :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을 저버리고 바알과 아세라를 섬겼다. 바알과 아세라는 부부관계에 있는 짝인데, 유일신을 섬기는 이스라엘 백성은 이런 잡신들을 섬겨서는 안 되었다.
2) 처벌(판관 3,8) :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아람 왕 쿠산 리스아타임의 손에 넘겨 18년 동안 압제를 받게 하셨다.
3) 호소(판관 3,9ㄱ) :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 울부짖었다.
4) 구원(판관 3,9ㄴ-11) : 하느님께서 오트니엘을 구원자로 보내 아람 왕을 이기게 하셨다.
5) 다시 배반(판관 3,12) : 이스라엘 백성이 다시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일을 저질렀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모압 왕 에글론의 압제를 받게 하셨다. 이어서 판관 에훗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왼손잡이 에훗은 벤야민 지파의 영웅이었다. 그는 모압 왕 에글론을 살해하고 모압 군대가 점령했던 요르단 강 너머 도피로를 차단함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을 모압의 압제에서 구해냈다. 에훗의 이야기에서는 넷째 단계 ‘구원’이 아주 흥미있고 자세하게 묘사된다.
삼가르는 여섯 소판관들 가운데 예외적으로 두 번 소개된다. 판관기 3장 31절에서 소개된 다음, 5장 6절 드보라의 노래에서 한 번 더 나타난다. 삼가르는 여러 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영웅이다. 먼저 그에 대한 판관기의 보고가 일정한 틀을 벗어난다는 데 있다. 판관기는 “삼가르도 이렇게 이스라엘을 구원했다”(판관 3,31)라고만 할 뿐 그의 통치기간에 얼마동안 평화가 있었는지 말하지 않는다. 또한 이방민족의 압제에 대한 신학적인 이유, 그의 활동 지역이 누락돼 있다. 더구나 그가 대적한 족속이 필리스티아인이라는 것 역시 문제점이다. 사무엘기 상하권에서 보듯이 필리스티아인은 엘리와 사무엘 시대에 가서야 비로소 이스라엘에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했지, 그 이전 판관시대에는 이스라엘을 위협하지 않았다. 그래서 학자들은 삼가르가 드보라의 노래에 언급되기 때문에 그의 역사적 존재를 인정하지만, 판관기가 전하는 그의 업적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삼가르의 업적은 사무엘기 하권 23장 11-12절에 나오는 다윗 군대의 영웅 ‘삼마’의 업적일 것으로 추측한다.
묵상주제
“주님을 찬송하여라. 그 이름을 받들어 불러라. 그 업적을 민족들에게 알려라.”(시편 105,1)
[2013년 4월 14일 부활 제3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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