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해 - 구약성경의 맥] 제2주제 : 구약성경의 해석 방법
이번 달의 주제는 하느님의 계시가 담겨있는 성경의 본문 안에서 그 계시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 하는 성경 본문의 해석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구약성경 46권에 기록된 하느님의 계시는 역사와 법, 설화, 전설, 시문 등의 다양한 문학 양식을 통해 기록되었고, 그 기록은 2,000년 이전의 문화와 언어를 통하여 표현되었습니다. 그 안에 표현된 하느님의 계시를 제대로 읽어내려면 그 계시가 담겨있는 그릇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그릇을 훼손할 수도 있고, 그 안에 담겨진 계시를 알아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해석 방법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
성경 본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해석 방법들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몇 가지 성경 해석의 예를 제시합니다. 네 가지 성경 해석의 예를 보시면서 이 해석 방법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대중문화 안에 드러나는 성경 해석의 예입니다. 창세기 3장에서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께서 동산 한가운데 심으신 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납니다. 그 나무 열매는 하느님께서 “따먹지 마라.”고 금하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경 어디에도 이 나무가 사과나무라는 말이 나와있지 않음에도, 대중문화는 그 금단의 열매가 사과인 것처럼 해석했습니다.
다윗과 밧 세바의 이야기(2사무 11장) 역시 대중문화 안에서 오랫동안 왜곡되어 해석되었습니다. 성경은 밧 세바가 의도적으로 다윗을 악에 빠지게 한 죄녀로 그리지 않음에도, 다윗이 주인공인 영화나 소설에서 밧 세바는 종종 다윗의 잔인한 범죄의 원인 제공자처럼 묘사되었습니다.
둘째는 아전인수격 성경 해석의 예들로, 특정한 제도나 관습을 정당화하려고, 또는 어떤 결정의 정당성을 입증하려고 성경 구절을 인용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창세 9,25(“가나안은 저주를 받으리라. 그는 제 형제들의 가장 천한 종이 되리라.”), 신명 16,14(“너희는 축제를 지내는 동안, 너희의 아들과 딸, 남종과 여종, 그리고 너희 성안에 사는 레위인과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와 함께 기뻐하여라.”) 등은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는 데 자주 인용되었으며, 에제 25,17(“내가 이렇게 그들에게 분노의 징벌을 내려 크게 복수하겠다. 내가 그들에게 복수하면, 그제야 그들은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은 아프칸 전쟁을 합리화하는 데 인용되었습니다.
셋째는 축자영감설에 따른 성경 해석으로, 성경 전체가 성령의 영감을 받아 기록된 것으로 글자 그대로 진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성경 안에서 발견되는 상호모순되는 정보들을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합니다.
예를 들면, 노아 때의 홍수 이야기를 보도하는 창세 7-8장에는 비가 내린 일수가 한 곳에서는 40일(창세 7,4.12), 다른 곳에서는 150일(7,24; 8,3)이라고 합니다. 만약 성경의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의 진리를 전달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서로 다른 정보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넷째는 지나친 신심 위주의 성경 해석입니다. 마르코 복음 12,41-44에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의 헌금함 맞은쪽에 앉으시어 사람들이 헌금함에 돈을 넣는 모습을 관찰하고 계셨습니다. 부자들도 가난한 이들도 그곳을 지나갔습니다. 가난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넣고 지나갔을 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 과부야말로 누구보다 많은 것을 바친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 복음 말씀을 정성을 다한 봉헌이 중요하다는 것으로만 해석하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더 중요한 메시지를 놓치고 말게 됩니다. 이 복음에 바로 이어지는 말씀은 성전의 파괴에 대한 예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가난한 과부를 칭찬하심으로써 현재의 성전 체제가 가지고 있는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신 것이고, 그러한 체제는 곧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마르 13,2). 현재의 성전은 하느님을 크게 드러내는 대신 더 많이 낼 것이 있는 자가 드러나는, 가진 자가 힘을 행사하는 체제이고, 이는 성전의 원래 목적에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복음을 제대로 읽게 되면 내가 가진 것으로 힘을 행사하려 하고(우리에게 있는 것 모두가 하느님께서 주신 것임에도) 자신을 드러내 보이려는 태도에 가슴이 찔리게 될 것입니다.
성경 본문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성경 본문을 읽어야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계시를 올바르게 읽어낼 수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소개된 다양한 성경의 해석 방법들은 지금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본문이 형성되기 이전의 세계를 다루는가, 또는 본문 안의 세계를 다루는가, 또는 본문과 그 본문을 읽고 있는 독자와의 관계에 초점을 두는가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역사비평적 성경 연구방법론은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본문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형성되기에 이르렀는지에 대해 질문합니다. 그 본문이 형성되게 된 배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써 본문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것입니다.
본문을 구성하는 개별적인 문학양식들을 구분해 내고 그 양식들이 태동하게 된 삶의 자리를 찾아내려는 양식비평, 지금 현재 본문들이 형성되기 이전의 사료들을 구분하고자 하는 원전비평, 그 사료들을 편집하여 현재의 본문을 형성한 이들의 작업 과정을 추적하고 그것을 설명해 보려는 편집비평 등이 역사비평적 해석방법에 속합니다.
둘째, 문학적 연구방법론은 지금 현재의 본문 자체에 주목합니다. 본문을 더 철저하게 분석함으로써 본문 안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고자 합니다. 문학적 연구방법론에는 수사학적 비평, 설화비평, 구조주의비평, 독자반응비평 등이 속합니다.
수사학적 비평이란 저자가 특정한 본문 안에서 독자를 설득하려고 어떤 수사학적인 장치들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저자가 어떤 효과를 꾀하고자 하였는지를 살펴봅니다. 설화비평은 주어진 본문 안에서 누가 주인공이며, 저자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지, 갈등은 어떻게 해소되며, 이야기의 절정은 무엇인지 등에 주목함으로써 본문의 깊은 의미를 파악하고자 합니다.
셋째 방법론에는 다양한 연구방법들, 곧 영성신학적 방법론, 여성신학적 성경 해석, 해방신학적 성경 해석 등 다양한 방법들이 속하는데, 이 방법론들은 성경 본문 안에 담긴 진리를 그 본문을 읽고 있는 독자의 삶의 자리에 바탕을 두고 읽음으로써 본문에 담긴 말씀의 힘이 독자의 삶을 변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세 부류의 성경 연구방법론이 목표로 하는 것은 모두 본문의 의미를 가장 잘 이해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방법론을 적용하여 본문을 읽을 것인가 하는 물음은 지금 읽고 있는 본문의 성격이 무엇인가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그 본문의 의미를 읽어내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론을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각각의 방법론이 갖고 있는 한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황 권고 「주님의 말씀」 36항은 주석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주석자가, 교회 전체와 결합되어 본문의 충만한 의미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더욱 포괄적인 주해의 필요성을 무시한 채, 어떤 단 하나의 방법론만을 적용하여 성경의 진리를 해석하려고 하는 데 따르는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성경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다양한 해석학적 접근방법들이 각기 고유의 철학적 전제를 깔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성경 본문을 해석하는 데 성경 전체의 일체성과 교회의 살아있는 전통을 고려하면서 성경 본문을 신앙의 유비 안에서 읽어왔습니다. 우리 역시 이어지는 성경 공부 안에서 이 전통을 존중하여 한정된 성경 본문을 선택하여 연구하더라도 구약성경이라고 하는 전체 맥락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특정 본문 안에 나타난 주제가 구약성경 전체 안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더 큰 맥락 안에서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경의 영감으로 기록된 성경은 성령의 도우심을 통해 가장 잘 이해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때문에 성경을 읽을 때마다 성령께 우리 마음의 눈과 귀를 열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며, 특정 본문 안에 담긴 하느님의 계시의 말씀이 그 말씀을 읽는 우리의 관절과 골수를 쪼개어 우리의 숨은 생각을 드러내고(히브 4,12 참조) 우리를 흠뻑 적시어 싹이 돋고 열매를 맺게 해달라고 청하는 것입니다(이사 55,10 참조).
* 김영선 루치아 - 마리아의전교자프란치스코회 수녀. 가톨릭대학교에서 석박사 통합과정 2년을 마치고 미국 보스톤대학(예수회)에서 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서강대학교에서 구약성서 입문을 강의하고,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구약성경과 피정 지도’라는 제목으로 구약성경 세미나를 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2월호, 김영선 루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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