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궁금증] (71)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왜 알아보지 못했나요?
부활, 물리적ㆍ역사적 차원 넘어선 초월적 사건 성경에서 예수님 부활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예수님을 따랐던 제자들과 지인들이 정작 예수님께서 부활해 그들 앞에 나타나셨는데도 잘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하고 물으셨다. 마리아는 그분을 정원지기로 생각하고, '선생님, 선생님께서 그분을 옮겨 가셨으면 어디에 모셨는지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모셔 가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요한 20,15). 예수님 부활에 관해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예수님의 부활은 죽은 시신이 다시 그 모습 그대로 소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경에는 예수님께서 죽었던 라자로를 다시 살리신 기적 이야기가 나온다(요한 11,44 참조). 예수님 부활은 라자로의 소생과는 전혀 다르다. 라자로의 경우는 지상 생명을 조금 더 연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은 예수님께서 단순히 지상의 삶으로 돌아오신 것이 아니라 이승과는 전혀 다른 생명의 세계로 넘어가심을 보여준다. 부활한 육신은 예수님이 확실히 부활하셨음을 증명한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유령이 아니고 실제로 몸을 가진 분으로 나타나신다(요한 20,20.27-29).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나는 너희도 보다시피 살과 뼈가 있다"(루카 24,39). 실제로 예수님은 제자들이 당신을 만지도록 하시고(루카 24,36-40),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신다(요한 21,9-13).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사도들과 증인들의 증언은 예수님의 부활이 역사적 사실임을 알려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부활하시는 모습을 실제로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부활이 물리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알 수 없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육신은 시공간을 초월해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에 마음대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루카 24,15-16). 부활하신 몸은 인간의 지상생활에서의 통상적 법칙에서 벗어난다(요한 20,19). 때문에 제자들은 부활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요한 20,9). 이런 제자들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발현은 여러 날 동안 이뤄진다(사도 13,31). 신약성경은 부활을 설명하기 위해 구약성경의 '지진', '주님 천사의 발현'과 같은 전통적인 표현을 빌려 올 수밖에 없었다(마태 28,2-3). 물론 구약성경에 나오는 표현들로 부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 표현들이 부활을 충분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부활은 초자연적 영역에 속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부활은 물리적ㆍ역사적 차원을 넘어서는 초월적 사건이다. 초월적 사건이란 하느님께서 이루신 사건임을 뜻한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육신은 죽음과 부패의 사슬에서 벗어나 성령의 권능으로 충만해져 그 영광스러운 상태로 하느님께서 마련하시는 영원한 생명에 참여한다. 부활은 신앙의 신비이다. [평화신문, 2013년 5월 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교구장 비서실 수석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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