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풀이 FREE] 게라사인들의 지방과 돼지 떼

갈릴래아 호수 동편에 있는 게라사는 예수님이 악령에 사로잡힌 광인을 구해주시고 돼지 떼에게 옮겨 넣으신 곳이다(마르 5, 루카 8, 마태 8에는 가다라 지방으로 기록). 게라사는 율법적으로 금지된 돼지가 떼로 사육되고 있었기 때문에 전형적인 이방인 도시였고(레위 11,7 : “돼지는 굽이 갈라지고 그 틈이 벌어져 있지만, 새김질을 하지 않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마르코 5장 20절에 따르면 데카폴리스 중 하나였다고 한다.

“데카폴리스”는 열 개의 성읍이라는 의미로써, 로마 시대에 이스라엘과 시리아 동편 도시 열 개를 따로 분류하여 불렀던 이름이다. 데카폴리스들은 셈족(나바티안, 아람, 유다인)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 그리스/로마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었고, 이방 문화와 토착 셈족 문화가 만나 상호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처음에는 낯선 문화적 차이 탓에 갈등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섞이기도 하는 등 그리스/로마 문화 전파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그러니 이런 데카폴리스에 이방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던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예수님이 이방인들의 도시 게라사에 오셨을 때 어떤 광인이 무덤 근처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숫자가 너무 많아 이름도 군대라고 불린 악령이었고 돼지 떼로 옮겨 넣으시면서 광인을 구해주셨다. 갈릴래아 호수 동쪽으로 골란 고원이 있기 때문에 게라사의 돼지들이 어떻게 비탈을 내리 달려 호수로 빠졌을지 동선이 그대로 그려지는 듯하다. 그런데 이 사건을 접했던 마을 사람들은 예수님께 떠나달라는 의외의 요청을 한다(루카 8,37). 왜 그랬는지 얼핏 이해하기 어렵지만, 어쩌면 많은 돼지 떼를 잃고 재산 손실을 본 사람들이 또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또 어떤 보잘것없는 미친놈을 구하려고 소중한 내 재산에 손실을 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지는 않았을지. 표징에 만족하지 못하고 재산에 연연했던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나 자신도 반성해 본다. 기적이 일어나더라도 나에게 손해나지 않을 기적을 바라는 마음을. 그래서 예수님은 보물을 하늘에 쌓으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땅에서는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간다. 그러므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 ……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마태 6,19-21).” 게라사의 돼지 떼 사건을 통해 물질에 눈이 멀면 메시아도 내치게 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묵상을 해본다.

[2012년 8월 19일 연중 제20주일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