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풀이 FREE] 사탄의 유혹(마태 4,1-11)
- 산과 산이 만나는 중간 계곡의 하얀 건물이 수도원이다.
팔레스타인 땅 예리코에 가면 사탄이 예수님을 유혹한 장소로 지목되는 산이 있다. 이곳을 추정하는 이유는 갈릴래아 호수에서 공생애를 보내신 예수님이 예루살렘 입성하실 때 예리코를 통과하셨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호수를 출발하여 요르단 계곡을 따라 며칠 남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물도 동나고 식량도 떨어졌을 텐데, 그때마다 오아시스가 있는 길목 예리코에서 쉬어 가셨을 듯하다. 게다가 마태오 3~4장은 예수님의 세례와 광야에서의 단식/유혹 사건을 함께 기록했는데, 예리코는 요르단 강에서 그다지 멀지 않고 위치적으로도 유다 광야 중간이다.
예수님이 세례 받으신 후 단식하실 때 사탄은 허기와 갈증에 지친 예수님에게 돌을 빵이 되게 해 보라고 유혹을 던졌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요,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다.”라는 구절로 사탄을 반박하셨다. 물질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중심을 잡아주는 하느님의 말씀과 그 속에서 묻어나는 미덕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말씀과 함께 생각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예수님의 반박은 철학과 정신이 소멸되어 가는 우리 세상에 무척이나 절실하게 다가온다. 예수님이 광야에서 단식하시는 동안 사탄을 만나고 대응하신 것처럼, 물도 없고 풀도 희귀한 광야에는 내 한 몸 의지할 곳이 없기 때문에 하느님과 사탄을 동시에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내게 어려운 시간이 닥칠 때 하느님과 사탄을 모두 만나는 것처럼.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유랑했을 때 하느님을 만나기도 했지만, 유혹과 불평에 빠져 하느님을 시험했었나 보다. 현재 예리코의 유혹 산은 예수님의 사십일 단식을 기념하여 프랑스 어원을 가진 ‘karantal(40)’이라 부르고, 절벽에 지어진 그리스 정교회 봉쇄 수도원이 매우 인상적이다.
[2012년 9월 30일 한가위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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