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들의 백합화 "너희는 왜 옷 걱정을 하느냐? 들에 핀 나리꽃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아라. 그것들은 애쓰지도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솔로몬도 그 온갖 영화 속에서 이 꽃 하나만큼 차려입지 못하였다."(마태 6,28-29) 이스라엘에도 야생의 들꽃이 많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나리꽃도 들꽃의 일종이다. 공동번역에는 그냥 꽃으로 되어 있고 개신교 성경은 백합이라 했다. 하지만 나리와 백합은 같은 말이다. 나리는 순수 우리말이고 백합(百合)은 한자다. 뿌리 100조각이 1개가 된 것 같다고 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백합이라 하면 화단에서 자라는 하얀 꽃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흰 백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색깔의 백합이 있다. 백합의 한자 말은 흰 백(白)이 아니고 일백 백(百)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나리꽃은 정원에서 가꾸어진 하얀 백합이 아니라, 야생의 나리꽃을 의미한다. 나리는 외떡잎식물로 백합과(百合科)에 속한다. 우리나라 야산에는 여러 종류가 살고 있다. 따라서 백합과 나리는 관습상 구분되고 있다. 특히, 백합은 원예작물로 대부분 하얀 꽃으로 통일되었고, 나리는 야생의 참나리만을 가리킨다. 영어로는 모두 릴리(Lily)다. 한편, 봄에 노랑 꽃이 피는 개나리는 물푸레나뭇과에 속하며 나리와는 다른 식물이다. 희랍어 성경인 70인 역에서는 나리꽃을 크리논(krinon)이라 했다. 이 단어는 야생의 아네모네와 양귀비, 그리고 튤립과 글라디올러스 등을 아우르는 말이라고 한다. 구약성경 아가에는 나리꽃이 자주 등장한다. 다음은 2장의 내용이다. (여자) 나는 사론의 수선화, 골짜기의 나리꽃이랍니다. (남자) 아가씨들 사이에 있는 나의 애인은 엉겅퀴 사이에 핀 나리꽃 같구나(아가 2,1-2). 여자는 아가의 주인공 술람밋 여인이며, 남자는 솔로몬이다. 술람밋은 자신을 나리꽃에 비유했다. 보통 여자라 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사랑했던 솔로몬은 엉겅퀴 사이의 나리꽃이라 했다. 자신을 낮추지만 아름다움은 숨길 수 없다고 한 것이다. 나리꽃은 종종 성전 기둥 장식으로 조각되기도 했다(1열왕 7,19). [2013년 5월 19일 성령 강림 대축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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