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궁금증] (73) 성경에서 종이란 어떤 사람을 의미하나요?
하느님께 대한 헌신과 온전한 순종 의미
종은 일반적으로 남의 집에서 천한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구약성경에서 종은 하느님의 '노예'를 가리키기 위해 흔히 사용되던 말이었다. 그래서 종은 주인에게 예속되고 법적 권리가 제한돼 있던 사람의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
성경에서 종은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관계를 묘사하는 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 종이라는 말은 하느님께 대한 헌신이나 그분을 위한 복종을 의미한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종' 또는 '하느님의 종'이라 불린다(로마 1,1). 여기에는 주님 뜻에 순종하고 그분 뜻을 실천하며 겸손한 자세로 다른 사람에게 봉사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믿는 이들은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받들고 하느님 뜻에 자신을 종속시키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 "열성이 줄지 않게 하고 마음이 성령으로 타오르게 하며 주님을 섬기십시오"(로마 12,11).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그리스도인들의 행위는 그들 자신을 죄에서 해방시키고 영원한 구원으로 이끌어 준다. "그런데 이제 여러분이 죄에서 해방되고 하느님의 종이 되어 얻는 소득은 성화로 이끌어 줍니다. 또 그 끝은 영원한 생명입니다"(로마 6,22).
예수님께서는 당신 사도들과 당신을 따르는 이들을 '종'이라고 부르셨다. 예수님과 예수님의 사명을 위해 온전히 자신을 바친 사람들은 그분의 종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쓸모없는 종'이라고까지 부르셨다.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하고 말하여라"(루카 17,10).
이처럼 섬기는 사람만이 예수님의 참된 제자가 된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6-27).
결국 가장 큰 사람은 모든 이를 섬기는 사람이다. 하느님을 섬기면서 참으로 남들을 위한 봉사에 헌신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의 응답이 된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자유롭게 되라고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다만 그 자유를 육을 위하는 구실로 삼지 마십시오. 오히려 사랑으로 서로 섬기십시오"(갈라 5,13).
그래서 진정한 그리스도의 종은 항상 정의, 평화, 기쁨의 삶을 살게 된다. "하느님의 나라는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로움과 평화와 기쁨입니다. 그리스도를 이렇게 섬기는 이는 하느님 마음에 들고 사람들에게도 인정을 받습니다"(로마 14,17-18).
그리스도의 종으로 봉사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하느님 말씀과 새 계약에 봉사하는 일이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식탁 봉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겠습니다"(사도 6,2.4).
성모님은 천사가 주님 탄생을 예고할 때 자신을 '종'이라고 불렀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성모님이 하느님의 구원 업적이 자신에게서 이뤄지도록 자신을 완전히 개방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종이라는 말을 사용했던 것이다.
이처럼 성경에서 종이라는 칭호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온전히 순종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종은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사람이다.
[평화신문, 2013년 5월 26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교구장 비서실 수석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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