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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역사서 해설과 묵상: 판관기 10-12장(입타와 암몬인들의 이야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27 조회수3,808 추천수2
역사서 해설과 묵상 (47)

“주님의 영이 입타에게 내렸다. 그리하여 그는 길앗과 므나쎄를 가로질렀다. 그러고 나서 입타는 암몬 자손들에게 건너가 그들과 싸웠다.”(판관 11,29.31).


입타와 암몬인들의 이야기(판관 10,6-12,7)는 암몬족에게서 이스라엘 백성을 구한 영웅 입타에 관한 것인데 내용이 상당히 길다. 내용이 길어진 이유는 판관기 11장 12-28절에 긴 중간삽입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입타가 암몬 사람들과 외교적 협상을 하는 내용이다. 판관기 11장 24절에 ‘크모스’가 언급되었는데, 크모스는 암몬 사람들의 신이 아니라 모압 사람들의 신이다. 암몬 사람들이 섬기는 신은 ‘밀콤’이다. 이런 혼동과 또 그 외교적인 내용으로 볼 때, 판관기 11장 12-28절 외교적 협상은 이스라엘 백성과 모압족의 관계를 다루는 다른 이야기에 속하는 것 같다. 아마도 이 부분은 민수기 21-22장에 바탕을 둔 모압족에 관한 서술이라고 추측된다.

학자들은 입타 이야기 전체를 ‘부족전승’으로 간주한다. 다시 말해 입타 이야기는 판관기 11장 39-40절에 언급된 것처럼 길앗 처녀들의 연중행사를 설명하는 부족전승이라는 것이다.

입타는 대판관과 소판관 양쪽에 모두 속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소판관들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 동맹체 내의 어느 주요 장소에서 다스린 사람들이었던 반면, 대판관들은 법적으로 다스린 사람이었다기보다는 카리스마적인 지도자였다. 이 두 그룹은 서로 구별되는데, 입타는 두 그룹에 모두 속했고 그래서 서로 다른 이 두 그룹의 결합을 가능케 했다.

입타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암시한다. 그것은 부족동맹시대에 존재했던 지파 사이의 분열, 특별히 ‘동서분열’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미 여호수아가 요르단 동쪽 지방을 르우벤 지파와 가드 지파와 므나쎄 지파 절반에게 나누어주었다(여호 13,8-33). 이것은 모세가 이 세 지파에게 한 약속에 따른 것이었지만, 민수기 32장에 따르면 세 지파는 스스로 원해서 요르단 동편에 정착했다. 그러나 이것이 훗날 동서분열의 불씨가 되었으며, 그것이 입타 시대에 실제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팔레스티나 지형은 지중해를 끼고 남북으로 뻗은 형태인데 그 가운데를 요르단 강이 흐르면서 계곡을 형성하여 동서의 교류를 차단한다. 이처럼 요르단 계곡과 사막으로 막혀 있어 요르단 동편에 정착한 지파들은 본의 아니게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요르단 서편에 정착한 지파들은 르우벤 지파, 가드 지파 그리고 므나쎄 지파 절반을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런 소외와 분열이 결국 입타 시대에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입타가 암몬 사람들을 쳐부수고 돌아오자 에프라임 사람들이 요르단 강을 건너와서 입타에게 항의했다. 에프라임 지파는 요르단 서편 지역에 정착한 지파 가운데서 가장 크고 강한 지파였다. 항의 내용은 “너는 왜 암몬 자손들과 싸우러 건너갈 때, 같이 가자고 우리를 부르지 않았느냐”(판관 12,1)라는 것이었다. 입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내 백성과 더불어 암몬 자손들과 격렬한 논쟁을 벌이면서 그대들을 소집하였소. 그러나 그대들은 나를 그들의 손에서 구해주지 않았소”(판관 12,2). 의사소통이 안 되면 오해가 생기고 싸움으로 번지는 법이다. 안 그래도 조롱을 받아 소외감을 느끼던 요르단 동편 사람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입타는 화가 나서 요르단 동편의 지파들을 이끌고 에프라임 사람들을 쳐 죽이고, 요르단 강 나루터를 점령해 도망가는 에프라임 사람들을 붙잡아 죽였다. 그래서 입타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감히 요르단 동편 사람들을 무시하지 못하게 되었다. 입타의 이야기는 여호수아 시대부터 뿌리깊이 내린 동서분열이 비극적으로 표출되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이야기다.

묵상주제

“나라에 반란이 일어나면 우두머리가 많아지지만, 슬기롭고 올바름을 아는 사람이 다스리면 나라가 오래간다”(잠언 28,2).

[2013년 5월 26일 삼위일체 대축일(청소년 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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