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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풀이: 판관 기드온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30 조회수2,788 추천수1
[성경풀이 FREE] 판관 기드온


‘판관’은 ‘재판관’을 뜻한다. 그러나 재판관이 전쟁을 주도하는 모습은 상당히 이색적인데, 이스라엘에 왕이 없던 시절 판관이란 재판 역할을 겸한 정치적 리더였다.

여호수아 이후 가나안에 정착한 이스라엘이 우상 숭배에 빠질 때마다 하느님은 그들을 이민족에게 넘기셨고, 곤경에 처한 백성이 하느님께 부르짖으면 주님의 영을 받은 지도자가 선택되었다. 이들을 일컬어 판관이라 했고, 첫 번째 판관은 오트니엘(판관 3,9-11), 마지막은 사무엘이다.

그중에 기드온은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데(판관 6-9), 하느님은 씨족 중에 가장 보잘것없던 기드온(판관 6,1)을 택하여 이스라엘을 괴롭혀 온 미디안을 꺾게 하셨다. 미디안은 이집트로 팔려가는 요셉을 샀던 상인들이었고(창세 37,28.36), 모세의 장인도 미디안 사람이다(탈출 2,15-21). 유목 민족 미디안은 아라비아 반도 북쪽의 사막 지역에 주로 살았다고 한다. 출애굽 전후로는 이스라엘에 우호적이었지만, 이스라엘이 에돔 남쪽을 지나 모압으로 진입했을 때는 모압 왕 발락과 한패가 되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민수 22,4.7). 국제 관계가 화해 상태였다가 긴장되기도 하는 것처럼, 미디안과 이스라엘도 비슷한 기복을 겪은 모양이다.

그러다가 이스라엘에 판관기가 시작되었을 때는, 미디안이 아말렉과 함께 칠 년 동안 이스라엘을 억압했다(판관 6,3). 당시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기적 같은 구원을 경험하고도 가나안 민족에 어울려 아세라와 바알 숭배에 빠져 있었고, 그들에게 닥친 시련은 생명을 위협하는 이민족의 침입으로 이어졌다. 이스라엘이 씨를 뿌리면 이들이 올라와 소출을 망치고, 양식을 남겨두지 않았다(6,3-4).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먹을거리에 걱정이 많건만, 고대 시대에 땅의 소출을 잃는다는 것은 한 민족의 미래를 위협하는 큰일이었다. 곤경에 빠진 이스라엘이 주님께 부르짖자 백성의 허물을 보시지 않고 기드온을 세우신 다음, 300명의 군사만으로 미디안을 꺾게 하셨다(판관 7).

돌고 도는 역사 속에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희망을 본다. 판관 기드온은 어쩌면 우리 시대에 가장 적합한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는 말씀에도, 황금만능주의에 빠져 알게 모르게 재물을 섬기던 우리에게 닥친 가치관의 혼란은 우상을 숭배하다가 위기를 겪은 이스라엘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게다가 우리도 안전하지 못한 먹을거리의 볼모가 되어 있지 않은가! 그러나 끊임없이 하느님의 정의를 구할 때, 미디안을 꺾으신 것처럼 우리 안에 섬기던 황금의 우상과 가치관의 혼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6월 23일 연중 제12주일(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인천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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