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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풀이: 임금님께서 성문 앞에 나와 앉아 계신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13 조회수2,856 추천수1

[성경풀이 FREE] 임금님께서 성문 앞에 나와 앉아 계신다!

 

 

구약을 보면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성문 앞에 앉아 있었다. 롯은 소돔 성문에 앉아 있었고(“저녁때에 그 두 천사가 소돔에 이르렀는데, 그때 롯은 소돔 성문에 앉아 있었다.” 창세 19,1), 아브라함은 성문에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 사라를 묻을 막펠라 동굴을 사들였다(“히타이트 사람 에프론은 성문에 나와 있는 히타이트 사람들이 모두 듣는 데에서 아브라함에게 대답하였다”, “성문에 나와 있는 히타이트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아브라함의 재산이 되었다” 창세 23,10.18). 압살롬은 아버지 다윗을 반역하기 전에 성문을 어슬렁거리면서, 재판을 위해 임금을 찾아오는 사람을 볼 때마다 자신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며 마음을 사려 했다(압살롬은 일찍 일어나 성문으로 난 길 옆에 서 있곤 하였다. 그러다가 고발할 일이 있는 사람이 임금에게 재판을 청하러 올 때마다, 압살롬은 그를 불러 “그대는 어느 성읍에서 오시오?” 하고 물었다. 그가 “이 종은 이러저러한 이스라엘 지파에서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면, 압살롬이 그에게 말하였다. “듣고 보니 그대 말이 다 옳고 정당하오. 그러나 임금 곁에는 그대의 말을 들어 줄 자가 아무도 없소.” 그리고 압살롬은 이런 말도 하였다. “누가 나를 이 나라의 재판관으로 세워만 준다면, 고발하거나 재판할 일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찾아오고, 나는 그들에게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줄 텐데!”(2사무 15,2-4).

 

성문의 역할을 가장 잘 드러낸 구절은 아모스 5,10이다.(“그들은 성문에서 올바로 시비를 가리는 이를 미워하고 바른말 하는 이를 역겨워한다.”) 

 

이렇게 성문에서 시비를 가리고 임금이나 판관이 성문 앞에 앉는 이유는 많은 인원을 수용할만한 광장이 성문 앞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고대 도성들은 요새처럼 만들어졌고, 성 안은 주민들의 거주지로 조밀하다. 그러나 성문 앞에는 공간이 넓게 트여서, 사람들이 공적으로 재산을 사고팔거나 재판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성문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행위는 부유층만 누리는 특권으로서, 사람들이 붐비는 게이트에 앉아 바깥 뉴스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재판하는 임금이나 판관뿐 아니라 주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원로들이 성문 앞에 앉는 여유를 누렸고, 그곳에서 얻은 지식은 그들에게 특별한 권력을 제공해 주었다(“부모가 꾸짖어도 듣지 않는 아들이 있을 경우,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를 붙잡고 그가 사는 성읍의 성문으로 원로들에게 데리고 가서, 그들에게 ‘이 우리 아들은 고집이 셀뿐더러 반항만 하며 우리말을 듣지 않는데다가 방탕아이고 술꾼입니다.’ 하고 말해야 한다”(신명 21,18-21).

 

사소한 부분이지만 임금이나 원로들이 성문 앞에 앉는 행위에도 흥미로운 고대 풍습과 삶의 지혜가 숨어 있어 성경을 이해하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2013년 7월 14일 연중 제15주일 인천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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