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궁금증] (81) 성경이 말하는 '가정'의 의미
가정의 기초는 부부… 나자렛의 성가정은 모든 신앙인 부부의 표양
- 요아킴 파티니르, '이집트를 향한 탈주 중 휴식', 패널에 유채, 스페인, 프라도미술관.
사람에게는 알맞은 환경과 보금자리가 필요하다. 가정이며 집이 바로 보금자리일 것이다. 그래서 가정은 사회의 가장 기본단위이며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 오늘날 우리 가정이 여러 병리적 현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것은 곧 우리 사회의 뿌리가 병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는 사랑과 관심과 경험의 보고(寶庫)이다.
성경에도 가정에 대한 언급이 많다. 가정은 부부 관계와 자녀를 포함한 공동체이며 신적인 기원을 지니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복을 내리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창세 1,27-28).
구약성경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이스라엘의 가정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부권 가족'으로서 모세의 율법에 따라 매우 분명하고 엄격하고 독특한 종교교육을 시행했다(신명 6,4-9 참조). 가정에서의 이러한 종교교육은 자라나는 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도 자신이 이스라엘 공동체의 일원임을 철저하게 인식도록 했다. 따라서 가정이야말로 그들에게 있어서는 민족적 신앙 형성의 기본적 자리였다.
성경에서는 가정의 기초가 부부 관계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남편과 아내는 혼인계약으로 둘이 아니라 한 몸을 이룬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하고 이르셨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5-6). 가정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고 인류는 이 창조 질서를 따라 오늘에 이르기까지 확산해 왔다.
성경에서 가정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보금자리(잠언 27,8 참조)이며, 자기 사생활을 보호해 주는 지붕(집회 29,21 참조)이다. 한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후손을 낳아 그에게 종교 교육을 베풀고 덕의 모범을 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지혜의 업적이다(잠언 14,1 참조). 올바른 가정이 되려면 지혜와 덕 있는 아내가 있어야 하고 아무도 그를 대치할 수 없다(잠언 31,10-31 참조). 이것은 하느님의 업적으로서 인간의 능력만으로는 성취할 수 없다. "주님께서 집을 지어 주지 않으시면 그 짓는 이들의 수고가 헛되리라. 주님께서 성읍을 지켜 주지 않으시면 그 지키는 이의 파수가 헛되리라"(시편 127,1).
신약에 등장하는 가정도 대체로 이스라엘 가정의 모습을 계승한 것이었다. 다만 교육의 내용이 달라졌다. 구약의 율법 외에도 그리스도의 생애와 훈계(에페 6,4 참조)가 첨부됐다. 초대 교회에서는 하느님 나라의 성취를 위해서는 가족의 많은 희생까지도 각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마태 10,34-39 참조). 신약에서는 예수님과 함께 동정 마리아와 성 요셉의 가정을 나자렛의 성가정으로 소개하고 있다. 마리아와 요셉의 사랑과 충실 그리고 순종과 헌신은 모든 신앙인 부부의 표양이 된다(루카 2,41-52 참조).
[평화신문, 2013년 7월 28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교구장 비서실 수석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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