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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약성경과 신들26: 고대 근동 신화와 이스라엘 영성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29 조회수3,547 추천수1

[주원준 박사의 구약성경과 신들] (26 · 끝) 고대 근동 신화와 이스라엘 영성


고대 근동 종교의 표상들, 하느님 창조물



본 강의는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받은 저의 저서 「구약성경과 신들」(한님성서연구소)에 담긴 내용을 전하고자 시작했다. 유일신을 믿는 우리 중에는 「구약성경과 신들」이란 책 제목 자체도 의아하게 받아들인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한 분이신 하느님을 드러내기 위해 고대 근동인들의 종교를 알아보고자 그렇게 이름 지었다. 고대 근동 역사를 바로 알고, 그리스도교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근거 없는 이론을 바로잡고 싶었다.
 
아직도 우리 교회에는 평신도 신학자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신자 500만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저와 같은 평신도 신학자가 더 많이 배출돼야 한다.
 

고대 이스라엘의 믿음
 
지금까지 하늘신ㆍ달신ㆍ바람신ㆍ강신ㆍ피의 신ㆍ나무신 등 많은 신들에 대해 알아봤다. 고대 이스라엘은 주변 강대국 신화에서 많은 요소를 받아들였지만 그 신들을 모두 믿고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야훼 신앙에 맞춰 판단하고, 선별하고, 소화해 고유한 믿음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고대 이스라엘 신학자들은 고대 근동 종교의 표상을 탈신화화(脫神話化)해 야훼 신앙으로 소화했다.

이를 잘 드러낸 본문이 구약성경 창세기 1장이다. 창세기는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이 해와 달, 하늘에 이르는 모든 것을 창조하심을 보여준다. 고대 근동에서 강력한 신으로 여기던 해와 달, 하늘이 그저 하느님의 피조물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큰 믿음을 보여줬다.
 
2세기까지 구약성경은 '유다인의 성경', 신약성경은 '그리스도인의 성경'으로 불렸다. 이후 하느님은 한 분이심을 깨닫고 구약과 신약으로 이름 붙이게 됐다.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현대 신학자들도 있다. 구약이라고 하면 낡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용어 자체가 가져다주는 의미가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교'와 '신교'라고 하면, 구교보다 새것인 신교를 선호하게 되는 경향 때문에 사람들이 구교는 피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버린다는 것이다.
 

성경의 이해
 
'구약'은 '낡은 약속'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류와 맺은 '첫째 약속'이기에 구약성경을 '첫째 성경(Primary Testament)'이라고 칭하자는 신학자들이 있다. 또 신약성경은 새 약속의 뜻을 살려 그대로 '신약성경'으로 부르자는 의견도 있다. 구약성경이 그리스도교와 유다교 공동의 성경이므로 '공동성경'으로 부르자는 주장도 있다. 어찌 됐든 구약은 낡은 성경이 아니라 하느님 권능을 처음 보여주신 성경이다.
 
시대가 흐를수록 인류의 언어는 발전했다. 그러면서 언어의 어휘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히브리어, 아카드어, 아람어 등 고대 언어는 언어가 분화되기 전의 원초적 언어라 어휘 수가 매우 적다. 그래서 성경 속 고대 언어 또한 여러 가지 의미로 번역되는 경우가 있다. 목구멍이란 뜻의 히브리어 '네페쉬'는 구약에서만 754번이나 나오는 단어로, 현대어로 적어도 7가지로 풀이할 수 있다.
 
"참으로 재물은 믿을 수 없다. 거만한 사람은 견디어 낼 수 없다. 저승처럼 목구멍을(그의 네페쉬를) 넓게 벌린 그자는 죽음과 같아 만족할 줄 모르고…"(하바 2,5).
 
네페쉬는 목구멍에서 나아가 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목구멍은 음식이나 숨이 지나다니므로 생명을 뜻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생명이 있는 생물 자체를 네페쉬로 가리키기도 한다. 인간도 네페쉬에 포함된다. 인격을 뜻하는 단어로 발전한 네페쉬는 결국 영혼이란 의미까지 지니게 됐다. 현대어 성경은 분석적이고 객관적인 언어로 옮겼지만, 이처럼 고대 히브리어 원문은 직관적이고 상징적이다. 현대어로 성경을 번역하면 정교해지지만, 히브리어 원문이 담은 풍부한 뜻을 자칫 상실할 수 있다. 원문의 뜻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현대어는 없다. 하느님의 계시를 스스로 이해하며 읽을 수밖에 없다. 불교에서 경전을 한문 원문으로 읽듯이 교회 안에서도 성경을 원문으로 풀이해 이해하는 모습이 정착되면 좋겠다.
 

고대 이스라엘의 영성
 
고대 이스라엘은 고대 근동의 다른 국가에서 수많은 표상을 가져와 성경을 남겼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고유성은 없는가? 만년 약소국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등 주변국의 종교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역사적인 사실만 보자면 고대 이스라엘의 고유성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바로는 고대 이스라엘에 고유성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분명 고대 이스라엘에는 종교적 믿음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유일신 신앙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한 분만을 경외하고, 그분께 몸과 마음을 바치는 굳건한 태도를 지녔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주변 강대국의 문물을 배우고, 그들의 종교적 상징들을 빌렸지만 그들의 종교를 무작정 받들고 믿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의 신앙으로, 독특한 하느님 체험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기준이 있었다. 이것이 고대 이스라엘의 영성이다. 영성은 삶의 태도다. 그들의 영성은 한 분만을 섬기는 것이었다. 그들은 한 분을 향한 믿음으로 꽉 찬 모습을 지녔다. 그런 면에서 구약성경은 배타성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종교 간 대화를 촉진하는 책이다.
 
[평화신문, 2013년 8월 25일,
정리=이정훈 기자}
 
※ '주원준 박사의 구약성경과 신들'은 평화방송 TV 홈페이지(www.pbc.co.kr) 강좌/성경 꼭지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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