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돼지 구약의 유다인은 레위기 사상으로 부정한 음식은 피하고 깨끗한 음식만 먹어야 했다. 이러한 식사법은 늘 선민의식을 지니게 했다. 훗날 이들은 2천 년 이상 떠돌게 되지만 전통을 지켜낸다. 정결 음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늘날도 이 음식을 코셔(kosher)라 부르며 보존하고 있다. 코셔는 히브리어 카쉐르(kasher)의 영어식 발음으로 적합하다는 뜻이다. 정결 식사법은 레위기에 나오는 정한 동물과 부정한 동물에서 출발한다. 정한 동물의 대표는 소와 양이며 부정한 동물은 돼지다. 기준은 굽이 갈라지고 새김질하느냐 않느냐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기준이 정해졌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오늘날 유다인들은 많이 현실화되었지만 돼지고기에 관해서는 아직도 부정적이다. 돼지는 이슬람교에서도 금하지만 그리스도교에서는 허용한다. 사도 바오로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먹거나 마시는 일로 여러분을 심판하지 못하게 하십시오.’(골로 2,16) 독일에서는 돼지족발 요리가 전통음식이다. 스페인도 돼지 뒷다리를 훈제한 ‘하몽’이란 음식을 즐겨 먹고 로마인도 돼지고기는 50가지 맛을 지녔다 해서 중국인과 함께 최고 음식으로 꼽았다. 예수님 시대의 유다인은 고기는 먹지 않았지만 돼지는 길렀다.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였다. 로마인들이 돼지를 음식뿐 아니라 제사의 제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모세율법은 돼지고기를 엄격하게 금지했다. ‘돼지는 굽이 갈라지고 틈이 벌어져 있지만, 새김질 하지 않으므로 부정한 것이다. 너희는 이런 짐승의 고기를 먹어서도 안 되고 그 주검에 몸이 닿아서도 안 된다. 그것들은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레위 11,7-8) 어찌하여 이렇듯 돼지를 부정한 짐승으로 보았을까? 가나안 지방에는 원래 돼지가 없었고 유목민이 키우기에 적합한 짐승도 아니었다. 외지에서 들여왔기에 괄시를 받은 셈이다. 한편 뜨거운 날씨 탓에 고기는 쉽게 상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금기 식품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훗날 유다인은 돼지라는 말 자체를 꺼릴 정도로 혐오했다. 개와 함께 이방인을 상징하는 경멸적 용어로 사용했다. 하지만 예부터 돼지는 유익한 동물이었다. 강한 번식력 탓에 많은 양의 고기를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돼지도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데 대량 사육하는 곳에 가면 깨끗한 환경에서 산다. 돼지는 땀샘이 거의 없기에 체온조절 능력이 없다. 그래서 흙탕에서 자주 몸을 뒤척인다. 체온을 식히려는 동작이라고 한다. [2013년 9월 15일 연중 제24주일 / 9월 22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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