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여행] 가톨릭 서간 총론 I
1. 이름
신약성경 27권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은 서간집으로 총 21권의 책이 이 범주에 포함됩니다. 서간은 전통적으로 바오로 사도의 편지로 알려졌던 14개의 편지(로마 - 히브리)와 나머지 7개의 편지(야고보 - 유다)로 세분됩니다. 서간집 중 바오로 서간으로 분류되는 서간들을 뺀 야고보 서간, 베드로의 첫째 둘째 서간, 요한의 첫째 둘째 셋째 서간, 유다 서간을 통틀어 ‘공동 서간’ 혹은 ‘가톨릭 서간’이라 부릅니다.
이 편지들은 바오로 서간들과 명백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오로 서간들은 특정 교회의 사안, 혹은 특정 교회 공동체나 사목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반면 가톨릭 서간들은 특정 ‘수신인’이 없습니다.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7개의 편지가 교회에 일반적으로 성경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6세기경이며, 16세기에 트리덴티노 공의회에서 성경의 정경(正經)으로 결정하였습니다.
2. 각 편지의 명칭
성경책 앞부분의 목차에 있는 서간들의 제목을 보면 바오로 서간과 공동 서간의 차이점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즉, 바오로 서간의 경우, 바오로 한 사람이 쓴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책의 제목이 편지의 수신자들의 이름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로마서의 경우 “로마 교회의 신자들”이 편지의 수신자이고, 공동체가 아닌 어느 개인에게 써 보낸 편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 수신자인 필레몬, 티모테오, 티토의 이름을 따서 ‘필레몬서’, ‘티모테오서’, ‘티토서’라는 이름을 갖습니다. 하지만 공동 서간은 바오로 서간과는 달리, ‘~에게 보낸 서간’이 아니라 ‘~(의) 서간’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편지의 저자라고 여겨지는 사람의 이름을 따왔기 때문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신약성경 중 가장 먼저 글로 기록된 것은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를 필두로 하는 바오로 사도의 편지들입니다. 바오로 서간은 특정 교회나 특정 인물들에게 각각의 상황에 필요한 신학적 해설이나 윤리적 가르침을 편지에 적어 멀리 떨어져 있는 신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직접 그곳에 가거나,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말미암아 글로써 대신 자신의 생각과 가르침을 전달한 것입니다. 따라서 바오로 서간집에는 수신자 공동체나 개인의 특수한 상황과 필요, 역할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반면에 공동 서간의 경우, 편지글임에도 특정 수신자의 이름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편지가 정확하게 어느 공동체를 향해 쓰여진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 내용에 있어서도 이 편지들의 집필동기나 수신자들의 주요 문제점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가능하지만, 명확하게 언제, 누가, 이 편지들을 받아보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우리가 추측해 볼 수 있는 바는, 바오로 사도보다 조금 늦은 시대에 후대 교회의 지도자들이 교회 전반에 걸쳐 해당되는 공통 관심사에 대한 가르침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바로오 사도가 사용했던 방법, 즉 ‘편지’라는 형식의 글로 전달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서간들의 공통된 특징인 어느 특정한 수신자가 아닌 모든 교회에 두루 해당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인(=가톨릭) 성격을 지닌 편지라는 의미로, ‘공동 서간’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됩니다. [2013년 9월 1일 연중 제22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이정석 라파엘 신부(가톨릭교리신학원)] [성경 여행] 가톨릭 서간 총론 II
가톨릭 서간의 문학 형태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편지 역시 자주 접할 수 있는 통신 수단은 아니지만, 여전히 손으로 정성들여 쓴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은 기쁘고 즐거운 일입니다. 물론 부고와 같이 특정한 목적으로 쓰여진 편지들은 예외라 하겠습니다. 여하튼 편지를 써 보낼 때 빼놓지 않는 요소로, 편지의 내용 외에도, 일반적인 경우 발신자와 수신자, 그리고 편지를 써 보낸 장소와 날짜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가톨릭 서간의 경우 이런 정보들이 매우 빈약합니다. 야고보, 1 · 2베드로, 유다 이외의 다른 편지, 즉 요한의 편지로 알려진 세 개의 편지는 사실 본문에서 요한이라는 이름의 발신자 정보를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다만 그 내용과 어휘의 유사성 때문에 일찍부터 요한 복음, 묵시록과 더불어 ‘요한계 문헌’의 한 부분, 즉 사도 요한의 영향을 받은 어느 공동체에서 집필된 글들로 여겨지고 있을 따름입니다.
비록 편지의 성격을 띄고 있지만, 편지의 기본 요소들이 결여된 형식 때문에 이 글들의 형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들도 나오게 됩니다. 편지는 우체국을 거치지 않고 그 내용이 전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도 가끔씩 신문이나 인터넷에 ‘공개편지’ 형태의 글들이 게재된 것을 보게 됩니다. 그 글들은 비록 편지의 형태를 띄고 있긴 하지만 수신자와 발신자에게 내용이 한정된 것이 아니라, 비록 편지라는 형식을 취하여 특정한 수신자를 적시하곤 하지만 그 글을 읽게 될 모든 사람들이 실질적인 독자이며 글의 저자는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게 됩니다. 반대로 편지봉투에 담긴 글이 굳이 “~에게”로 시작해서 “00월 00일, ~로 부터”로 끝나는 편지의 형식을 띄진 않더라도 짤막한 시 한편을 적어 보내는 것이 어떤 구구절절한 사연보다도 더 감동적일 수도 있고,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과 의사를 충분히 전달하는 편지의 구실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또 가톨릭 서간이 담고 있는 대화체의 어조, 경고와 격려, 교리적 가르침과 설득 그리고 그에 따른 실천 지침 등의 내용들은 어느 특정한 사람들 사이에 오간 통신수단으로써의 편지라기보다는 설교집이나 교훈적 담화의 성격이 짙게 배어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톨릭 서간의 시대 배경
오늘날의 편지에는 그 편지가 집필된 날짜를 적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니면 최소한 소인에 찍힌 날짜나 이메일의 보낸 날짜를 통해서 그 글이 언제 쓰여지고 발송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약의 편지들에는 이러한 자료들이 명확하게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편지의 내용을 토대로 이 편지들이 쓰여진 시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신약성경 중 제일 먼저 쓰여진 책은 테살로니카 교회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를 필두로 하는 바오로 사도의 편지들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특히 자신의 편지들을 통해서 자신이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설명하고 ‘율법의 실천에 따른 의로움’이 아닌 ‘십자가에 달려 죽었으나 다시 살아나신’ 그분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에 따른 ‘구원’이라는 그리스도교의 핵심 교리들을 정리해 나갑니다.
가톨릭 서간에서는 그러한 바로오 사도의 가르침이 구약성경의 가르침들과 더불어 이미 교회의 기본 교리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2베드 3,15 참조). 더불어 교회의 지도자들의 직무와 건전한 교리와 교회를 위협하고 신자들을 혼란케하는 거짓교리를 구분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이 편지들이 바오로 사도의 활동 연대보다는 비교적 후반에, 그리고 교회가 어느 정도 체계화되고 사도들이 선포했던 복음의 내용이 일정한 형태의 ‘가르침’으로 자리를 잡은 시기임을 짐작케 합니다. 그래서 대체로 가톨릭 서간은 1세기 후반부에 기록된 것으로 짐작합니다. [2013년 10월 6일 연중 제27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이정석 라파엘 신부(가톨릭교리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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