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메추라기
메추라기는 꿩 과에 속한다. 몸길이 대략 약 18~20cm로 겨울 철새다. 유럽과 아시아 서쪽에서 주로 번식한다. 가을이 되면 아프리카 북쪽을 향해 날아간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를 떠나와 광야를 헤맬 때 메추라기를 먹었다. 오늘날도 일 년에 두 번 정도 메추라기 떼가 시나이 반도를 통과한다고 한다.
‘그날 저녁 메추라기 떼가 날아와 진영을 덮었다.’(탈출 16,13) 탈출기의 이 기록은 시나이 반도를 횡단하던 메추라기 떼를 가리키는 표현일 것이다. 아무튼, 히브리인들은 이들을 잡아먹었다. 민수기는 이 사건을 주 하느님의 개입으로 받아들인다. ‘그때 주님에게서 바람이 일어나 바다 쪽에서 메추라기를 몰아다가 진영 이쪽과 저쪽으로 떨어뜨려 땅위에 쌓이게 하였다. 백성들은 온종일 메추라기를 주워 모았다(민수 11,31-32). 시편 작가도 그렇게 해석했다. ‘그들이 청하자 메추라기 떼를 불러오시고 하늘의 빵으로 그들을 배 불리셨다.’(시편 106.40)
이렇듯 시나이 반도는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를 오가는 철새들의 통로로 지금도 봄 · 가을이 되면 떼 지어 날아가는 철새들을 볼 수 있다. 메추라기는 날개가 작아 기러기처럼 잘 날지 못한다. 가을이 되면 아프리카로 내려갔다가 봄이 되면 가나안 쪽으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이집트를 떠난 이스라엘 백성이 식량 부족으로 불만을 터트렸을 때 메추라기는 만나와 함께 기적의 음식이 되었다. 하느님의 개입이었다. 메추라기는 두 번에 걸쳐 날아들었다. 첫 번째는 이스라엘이 신 광야에 이르렀을 때다. 이집트 탈출 후 여섯 주쯤 되었을 때다(탈출 16,1-13). 두 번째는 신 광야의 카브롯 타와라 라는 곳이었다(민수 11 31-35). 두 차례 모두 철새들이 북으로 이동하는 4월 하순경이었다.
구약성경은 엄청난 메추라기가 날아왔음을 시사하고 있다. 800만 마리 이상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적게 거둔 사람이 열 호메르를 모았다.’라는 기록(민수 11,32)이 근거다. 최근까지도 이집트는 메추라기를 수출했는데 매년 200만 마리 이상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알을 얻기 위해서 메추라기를 기르고 있다. 반찬거리와 술안주 감으로 판매하고 있다. 생각하면 감회가 깊은 알이다. 광야를 지나던 이스라엘이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먹었던 메추라기의 알이기 때문이다
[2013년 11월 17일 연중 제33주일(평신도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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