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닭
닭은 꿩 과에 속하는 새다. 집에서 기르게 된 야생동물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중국고전 시경(詩經)에는 새벽을 알리는 닭이 자주 등장하는데 기원전 1000년에서 600년경 작품이 수록된 책으로 이미 중국에서는 닭을 키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닭은 인도를 거쳐 바빌로니아와 페르시아로 전해졌고 유럽까지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이집트의 벽화나 비석에는 닭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백성은 바빌론 포로생활에서 닭을 처음 접했고 예루살렘 귀환 때 가져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닭을 페르시아 새라고 불렀다.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는 닭이 없었던 까닭에 구약보다 신약성경에 더 많이 등장한다.
예수님 시대에는 닭이 많이 사육되었다. 시계가 없던 때라 새벽닭 우는 시간은 매우 소중히 여겨졌다. ‘너희는 깨어 있어라. 집주인이 언제 올지 저녁일지 한밤중일지 닭이 울 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마르 13,35) 공관복음에 모두 등장하는 구절이다. 여기서 말하는 닭이 울 때는 새벽 3시경을 뜻한다. 당시 로마인들은 그 시간을 갈리치니움(gallicinium)이라 했는데 ‘오전 3시 닭 우는 시간’을 뜻하는 단어였다.
예수님의 수난에 주뼛주뼛하던 베드로는 ‘오늘 밤 닭이 울기 전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마태 26,34) 라는 말을 듣는다. 새벽 3시가 되기 전에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예루살렘아 암탉이 병아리를 날개 밑으로 모으듯 몇 번이나 너의 자녀들을 모으려고 했던가!’(루카 13,34) 이 역시 닭을 비유한 예수님의 말씀이었다.
고대인은 닭을 귀하게 여겼다. 낮과 밤을 알리는 영물로 생각했기에 주요 제사 때는 반드시 제물로 쓰였다. 민간에서도 재앙과 질병을 막기 위해 벽에 닭 그림을 붙이곤 했었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통해 유입되었다. 경주에 있는 신라 왕릉인 천마총은 340년경 무덤이다. 여기에서 달걀 껍데기가 출토되었다. 고구려 무덤인 무용총에는 싸움닭 벽화가 그려져 있다. 당시 투계을 사육했다는 증거다. 경주 김씨의 시조가 되는 김알지의 탄생설화에는 계림과 닭이 등장한다. 세조 7년(1642년)에는 양계를 국가정책으로 시행했다는 기록도 있다.
[2013년 12월 1일 대림 제1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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