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궁금증] (97) 성경에서 '씻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물로 씻음은 죄에서 깨끗해지는 상징적 행위 예로부터 씻는다는 것은 사람을 정결하게 하는 중요한 예식이었다. 그래서 씻는다는 것은 몸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깨끗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물이 귀한 유목민 사회에서 목욕은 부정을 씻는 강렬한 상징이었다. 또한 손을 물로 씻으면 액운과 함께 죄를 씻어낸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집트나 그리스, 로마의 신전 앞에는 손을 씻는 물그릇이 놓여 있었다. 후에 이 관습은 성수를 뿌리는 예식으로 바뀌었다. 이 예식 역시 정신의 정화와 세례의 기억을 상징한다. 성경에 보면 빌라도가 군중의 소요를 피하려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넘기고 군중 앞에서 손을 씻는 장면이 나온다(마태 27,24). 흔히 우리는 일상적으로 손을 씻는다는 표현을 어떤 일에 더는 관여치 않겠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인다. 성경에서 물로 씻는 행위는 깨끗하게 하는 정화의 의미를 지닌다. 정결한 사람만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이 허용된다. "그들이 만남의 천막으로 들어갈 때, 물로 씻어야 죽지 않는다. 그들이 예식을 거행하려고, 곧 주님에게 화제물을 살라 바치려고 제단에 다가갈 때에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손과 발을 씻어야 죽지 않는다. 이는 그와 그의 후손이 대대로 지켜야 할 영원한 규정이다"(탈출 30,20). 몸을 씻는다는 행위는 죄에서 깨끗해지는 상징적 행위이다. "예루살렘아, 네가 구원받을 수 있도록 네 마음에서 악을 깨끗이 씻어 내어라. 언제까지나 네 안에 악한 생각을 품어 두려느냐?"(예레 4,14). 또한 물로 씻는 행위는 치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나아만은 요르단 강에서 일곱 번 몸을 씻음으로써 문둥병에서 깨끗해졌다. "나아만은 하느님의 사람이 일러준 대로, 요르단 강에 내려가서 일곱 번 몸을 담갔다. 그러자 그는 어린아이 살처럼 새살이 돋아 깨끗해졌다"(2열왕 5,14).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님 제자들이 더러운 손으로, 곧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다. 물로 손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았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조상들 전통을 따르지 않는다고 예수님을 비난한다. 예수님은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없고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고 지적한다. 율법의 씻는 행위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하신 셈이다(마르 5,1-23). 세례를 받는 신자는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으로 부활하는 것을 상징한다(로마 6,3). 이처럼 사도 바오로에 의하면 물로 씻는 것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구원의 상징이 된다(로마 6,3-4). 초대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기도에 앞서 두 손을 씻었다. 손을 씻는 일은 교회에 들어올 때에도 일반적으로 행해졌던 관습이다. 그래서 큰 성당 앞뜰에는 수반이 놓여 있었다. 이 관습은 후에 성수를 뿌리는 정신의 정화와 세례의 기억을 상징하는 행위로 변화된다. 가톨릭에서 미사 때 봉헌 후에 사제가 손을 씻는 것은 사제가 죄를 씻고 정화된 손과 마음을 갖고 성찬례를 집전한다는 의미가 있다. [평화신문, 2013년 12월 1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교구장 비서실 수석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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