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산책 구약] 창세기

하느님, 세상을 창조하시다. 그리고 성조들을 축복하시다.

세상과 인간의 기원, 그리고 이스라엘의 기원에 대해 전하고 있는 창세기의 내용은 크게 원역사(1-11장)와 성조사(12-50장)로 나뉩니다. 창세기의 전반부라고 할 수 있는 원역사는 천지창조(1,1-2,3), 아담(+하와)과 카인(+아벨) 이야기(2,4-4,16), 노아 이야기(6,5-9,29), 바벨 이야기(11,1-9)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이야기들은 족보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들은 제각기 세상의 시작과 인간의 기원에 대해 서술하면서 그 본질을 밝히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 심층을 들여다 본다면 세상의 시작에 대한 질문의 기저에서 그 종말에 대한 관심을, 인간의 기원에 대한 부분에서는 구원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원역사에 등장하는 각각의 이야기를 하나의 단편으로 읽을 수 있는 반면, 그 모든 이야기들과 족보를 묶어 전체적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전체로써의 원역사가 보여주는 신학적 관심은 세상을 창조한 유일한 하느님에 대한 고백에 있습니다. 또한 원역사는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세상이 어떻게 (인간에 의해) 갈등과 긴장 가운데에 놓이게 되는지를 반복하여 보도하면서, 하느님께서 성조들을 선택하시는 창세기 12장 이후의 이야기들을 문학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역사에 뒤이어 등장하는 성조사는 아브라함 이야기(12,1-25,18), (이사악+)야곱 이야기(25,19-36,43), 그리고 요셉 이야기(37-50장)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을 전한다고 볼 수 있는 사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브람의 부르심(12,1-9), 계약(15장; 17장), 이사악의 출생(18,1-15; 21,1-7), 야훼 이레(22,1-19), 이사악의 혼인(24장), 에사우와 야곱(25,19-34; 27,1-40), 야곱의 혼인과 열두 아들의 출생(29,15-30,24; 35,16-20), 요셉의 팔려감(37장), 이집트의 요셉(39-41장), 요셉과 형제들의 재회 입니다(42,1-46,7). 이 이야기들은 하느님께서 성조들에게 하신 약속을 성취해 나가시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성조들이 체험한 하느님의 자비와 보호를 서술합니다. 

외적 위험에 대한 하느님의 보호와 함께 성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내적 갈등의 문제입니다. 아브람과 롯, 사라(+이사악)와 하가르(+이스마엘), 에사우와 야곱, 레아와 라헬, 요셉과 형제들의 문제는 성조사 전체를 관통하는 갈등 구조를 제시합니다. 장자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문학적 갈등 구조는 축복이라는 신학적 주제와 연결되어, 아브람으로부터 시작된 하느님의 축복이 야곱의 축복(49장)을 통해 유다로 계승되기까지의 커다란 흐름을 이끌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조사의 큰 흐름은, (문학적인 면에서)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아브라함의 자손들이 어떻게 이집트로 가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탈출기를 준비하고 있으며, (신학적인 면에서) 하느님의 축복을 지켜내는 성조들과 그들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와 보호의 역사를 고백하고 있다고 요약될 수 있습니다. 

[2014년 1월 5일 주님 공현 대축일 서울주보 4면, 최승정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