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유향과 몰약 유향과 몰약은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바친 예물이다(마태 2,11). 박사는 희랍어 마코이(makoi)의 번역이며 라틴어는 마구스(magus)다. 마술을 뜻하는 영어단어 매직(magic)의 어원이기도 하다. 다니엘서에 의하면 마코이는 꿈을 해몽하거나 별을 보고 나라의 길흉을 점치는 사람들이었다. 다니엘 예언자도 마코이 출신이었다(다니 5,11). 박사들은 황금도 바쳤다. 고대 사회에서 왕권을 상징하는 금속이었기에 당연히 가져왔을 것이다. 유향은 향기 나는 풀에서 추출한 방향제로 제사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었다. 몰약 역시 고급 방부제로 쉽게 구할 수 없었다. 모두 메시아와 연관된 예물임을 알 수 있다. 초대교회 외경인 예수 유년기 복음에 의하면 동방박사는 가스파르(Gaspar), 멜키오르(Melchior), 발타사르(Balthasar)였다. 황금은 가장 나이 많은 멜키오르가 바쳤다. 유향은 수려한 용모의 청년이었던 가스파르가 봉헌했다. 몰약을 바친 발타사르는 터번을 두른 중년으로 묘사되어 있다. 전통적인 구유세트는 세 박사의 이러한 용모를 잘 살리고 있다. 몰약의 몰(沒)은 가라앉을 몰이다. 직역하면 가라앉히는 약이다. 예부터 미라를 만들 때 방부제로 사용했다. 그러므로 몰약은 죽음과 구원을 암시한다. 영어는 멀(myrrh)이다. 이 단어는 아랍어 무르(murr)에서 유래되었는데 맛이 쓰다는 뜻이다. 실제로 몰약은 쓴맛을 내는 식물에서 얻어진다. 독특한 향기와 노란색을 띤 올리브과에 속하는 나무다. 고대부터 중동에서는 귀한 약재였다. 중세 때도 진귀하게 여겨졌으나 현재는 인기가 없다. 몰약을 대체하는 약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유향은 유향나무를 상처 냈을 때 나오는 분비액으로 만든다. 예부터 왕실의 귀금속을 보호하고 칠하는 데 쓰였다. 유향나무는 옻나뭇과에 속하는 관목이다. 지중해 연안 지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그리스가 원산지로 알려졌다. 6~9월 사이 줄기와 가지에 세로로 상처를 낸다. 그러면 분비액(수지)이 흘러나온다. 수지는 즉시 타원형 방울로 굳어지는데 15일마다 여러 번 채취한다. 대개 완두콩 크기의 물방울 형태로 팔리는데 연 노란색 또는 연한 녹색을 띠고 있다. 유향은 유리 파편처럼 투명했다가 서서히 검게 변한다. 고대사회에서 유향은 왕실과 사제들을 위한 예물이었다. [2014년 1월 5일 주님 공현 대축일 · 1월 12일 주님 세례 축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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