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도시] (10) 이스라엘 백성이 쓴물을 마신 곳, 마라
목마른 백성 위해 쓴물을 단물로 바꾼 주님
- 지금도 종려나무가 많은 마라의 우물가. 모세는 이 우물의 쓴 물을 단물로 변화시켰다. 리길재 기자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탈출했다. 성경은 이들 중에서 아이들을 제외하고 걸어서 행진한 장정만도 60만 명 가량이나 됐다고 전한다. 그 밖에도 많은 이국인, 양과 소 등 가축 떼도 많았다(탈출 12,37-38).
일행은 민족의 지도자 모세의 인도에 따라 갈대 바다를 건넜다. 이들을 잡으려고 뒤따르던 이집트의 병거와 기병들은 수장됐다. 갈대 바다를 건넌 일행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으로 가는 지름길은 지중해를 따라 해안가를 걷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일행은 광야로 나갔다. "모세가 이스라엘을 갈대 바다에서 떠나게 하니, 그들이 수르 광야로 나아갔다. 광야에서 사흘 동안을 걸었는데도, 그들은 물을 찾지 못하였다"(탈출 15,22).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사흘 동안을 걸었는데도, 그들은 물을 찾지 못했다. "피 하히롯을 떠나서는 바다 한가운데를 지나서 광야로 나가, 에탐 광야에서 사흘 길을 걸어가 마라에 진을 쳤다"(민수 33,8).
마침내 마라에 다다랐지만, 이곳 우물의 물이 써서 마실 수가 없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와 하느님께 원망을 퍼부었다. 백성은 모세에게 "우리가 무엇을 마셔야 한단 말이오?" 하고 불평했다. 모세가 주님께 부르짖으니, 주님께서 나무 하나를 보여 주셨다. 모세가 그것을 물에 던지자 그 물이 단물이 됐다. 그곳에서 주님께서는 백성을 위한 규정과 법규를 세우시고 그곳에서 주님께서는 백성을 시험하셨다.
성경학자들은 마라 지역이 오늘의 '아윤 무사'(AyunMusa)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집트말 아윤은 '우물'을, 무사는 '모세'를 뜻한다. 곧 '모세의 우물'이다. '마라'는 우리말로 '쓰다, 쓴맛, 슬픔'을 의미한다. 이곳 물이 쓴 이유는 지금도 지하수에 소금기가 있는 물이 나와 민물과 섞여 쓴맛을 내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보여준 나무는 어떤 나무였을까? 마라 지역에 자생하는 나무 중에는 '종려나무'가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종려나무는 야자나무의 일종인 대추야자나무를 말한다. 대추야자나무의 열매는 산성을 띠고 있다. 지금도 마라에 거주하고 있는 베두인들은 자생하는 대추야자나무의 덜 익은 열매로 알코올이나 식초를 만들어 사용한다. 모세는 대추야자나무를 던져 물을 중화시켰을 것이다.
모세의 우물이라 불리는 이 지역에는 모래벌판에 수십 그루의 대추야자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특히 이곳은 오늘날 시나이산으로 가는 순례자들이 빠짐없이 들르는 곳이다.
황량한 광야뿐인 이곳에 적응해 살고 있는 민족은 오직 베두인뿐이다. 이 지역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육상 통로일 뿐 아니라 지중해 저편에 있는 유럽 대륙에서 시나이반도를 거쳐 홍해와 인도양을 통해 동양으로 가는 교두보다. 마라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쓴 물을 마신 것은 이집트를 탈출해 시나이반도로 들어와서 겪게 되는 첫 번째 시련이었다.
[평화신문, 2014년 3월 2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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