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나자렛 나자렛의 어원은 나자르(nazar)다. 삼가다 조심하다 수호하다 등으로 해석된다. 구약의 나지르인은 이 단어에서 파생된 말이다. 삼손과 사무엘이 나지르인이었다. 술(포도주)을 마실 수 없었고 일정 기간 머리를 깎지 않았다. 서원기간에는 부모 형제라 할지라도 시신에 가까이 갈 수 없었다(민수 6,3-8). 한마디로 별난 사람들이었다. 나자렛도 훗날 별난 지역으로 인식된다. 요한복음의 나타나엘은 예수님에 대해 이렇게 대꾸했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요한 1,46). 당시 지식인들에게 나자렛은 하찮은 동네였다. 바오로를 고발하던 유다인도 나자렛 분파의 괴수(사도 24,5)라는 표현을 쓴다. 비방과 모욕을 주는 단어로 선택한 것이다. 나자렛 사람 예수는 결코 호의적인 말이 아니다. 그러기에 십자가의 죄명 패로 사용되었다(요한 19,19). 나자렛은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속한다. 역사적으로 거칠고 반항적인 지역이었다. 예수님 시대의 로마인들은 이러한 사정을 알았기에 북쪽 전체를 아우르는 도시에 주둔했다. 오늘날의 카파르나움이다. 당시 나자렛은 대부분 모래땅이었다. 농사도 목축도 부적합한 땅이었다. 언덕이 겹겹이 가로막고 있어 교통도 불편했다. 구약성경은 물론 외경에도 나오지 않았고 요세푸스의 역사책에도 등장하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신약에서는 예수님의 탄생지 베들레헴보다 더 부각되어 있다. 성모님의 고향이며 천사가 메시아의 잉태를 알린 곳이기도 하다. 예수님에 관한 한 나자렛은 베들레헴을 능가한다. 요셉은 이곳에서 목수 일을 했다. 가구나 농기계를 만들거나 수리하던 직업으로 알려졌다. 예수님께서도 같은 일을 하셨다. 지금의 나자렛에는 성모영보(주님 탄생 예고)성당이 있다. 도시 어디서나 보이는 큰 성당이다.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났던 장소에 세워졌다고 한다. 성당 자리가 성모님의 집터였음을 알 수 있다. 1960년부터 짓기 시작해 9년 뒤 완성했다. 5세기 초 경당이 세워졌던 자리에 다섯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다. 성당 앞뜰 벽면에는 성모송을 여러 나라말로 새겨 부착해 놨다. 각 나라 고유 의상을 입은 성모님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우리나라 것도 있다. 한복을 입은 마리아께서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모습이다. 오늘날 나자렛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아랍인 도시다. 주변 산업단지로 노동자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27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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