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29) 겟세마니
예루살렘 성 안에서 최후 만찬을 마친 예수님과 제자들은 “찬미가를 부르고 나서 올리브 산으로 갔다.”(마르 14,26) 그리고 “그들은 겟세마니라는 곳으로 갔다.”(마르 14,32) 즉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키드론 골짜기 건너편으로 가셨다. 거기에 정원이 하나 있었는데 제자들과 함께 그곳에 들어가셨다.”(요한 18,1) 예수님은 겟세마니에서 깊은 고뇌에 싸여 간절히 기도하셨다. 그리고 그곳에서 체포되셨다. 위치와 지형
올리브 산은 예루살렘의 동쪽 키드론 계곡 건너편에 위치한 해발 820m의 산이다. 구약 성경에서 올리브 산은 “예루살렘 맞은편 동쪽에 있는 올리브 산”(즈카 14,4), “예루살렘 동쪽 산”(1열왕 11,7)으로 표현된다. 이 산의 명칭은 그곳에 많은 올리브 나무들과 관련이 있다. “‘산으로 나가서 올리브 나무 가지, 소나무 가지, 도금양나무 가지, 야자나무 가지, 그 밖에 잎이 무성한 가지를 꺾어다가, 쓰여 있는 대로 초막을 만들어라.’ 하는 말을 그들이 사는 모든 성읍과 예루살렘에 울려 퍼지게 하라고 쓰인 것을 발견하였다.”(느헤 8,15) 겟세마니는 예루살렘 성전 맞은 편의 올리브 산 하단 부분에 위치한 곳이다. 겟세마니(Gethsemane)라는 이름은 올리브 나무의 열매로 “기름을 짜는 틀(oil press)”을 의미한다.
신약성경의 겟세마니
예수님 당시의 유다인들은 파스카를 비롯한 순례 축제 때 예루살렘에 와서 올리브 산의 비탈과 그 주변의 동굴들에서 머물렀다. 예수님과 제자들도 올리브 산의 겟세마니를 잘 알고 있었다. “예수님께서 밖으로 나가시어 늘 하시던 대로 올리브 산으로 가시니, 제자들도 그분을 따라갔다.”(루카 22,39) 요한 18,2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여러 번 거기에 모이셨기 때문에” 라고 소개한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내가 기도하는 동안 너희는 여기에 앉아 있어라.’ 하고 말씀하신 다음,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가셨다. 그분께서는 공포와 번민에 휩싸이기 시작하셨다.”(마르 14,32-33) 루카 22,41에 따르면, 예수님은 “그러고 나서 돌을 던지면 닿을 만한 곳에 혼자 가시어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다.” 마르 14,35-36은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그런 다음 앞으로 조금 나아가 땅에 엎드리시어, 하실 수만 있으면 그 시간이 당신을 비켜 가게 해 주십사고 기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 예수님이 “고뇌에 싸여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핏방울처럼 되어 땅에 떨어졌다.”(루카 22,44)
“그러고 나서 돌아와 보시니 제자들은 자고 있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시몬아, 자고 있느냐?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 너희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한다.’ 하시고, 다시 가셔서 같은 말씀으로 기도하셨다. 그리고 다시 와 보시니 그들은 여전히 눈이 무겁게 내리감겨 자고 있었다. 그래서 제자들은 그분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몰랐다. 예수님께서는 세 번째 오셔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아직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쉬고 있느냐? 이제 되었다. 시간이 되어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어간다. 일어나 가자. 보라, 나를 팔아넘길 자가 가까이 왔다.’”(마르 14,37-42)
마르 14,43-50은 겟세마니에서 예수님이 체포되시는 장면을 전한다. “예수님께서 아직 말씀하고 계실 때에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유다가 다가왔다. 그와 함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이 보낸 무리도 칼과 몽둥이를 들고 왔다. ‘그분을 팔아넘길 자는, 내가 입 맞추는 이가 바로 그 사람이니 그를 붙잡아 잘 끌고 가시오.’ 하고 그들에게 미리 신호를 일러두었다. 그가 와서는 곧바로 예수님께 다가가 ‘스승님!’ 하고 나서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그들이 예수님께 손을 대어 그분을 붙잡았다. 그때 곁에 서 있던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칼을 빼어, 대사제의 종을 내리쳐 그의 귀를 잘라 버렸다. 예수님께서 나서시어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강도라도 잡을 듯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를 잡으러 나왔단 말이냐? 내가 날마다 너희와 함께 성전에 있으면서 가르쳤지만 너희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리된 것이다.’ 제자들은 모두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났다.”
사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르심에 긍정적으로 응답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 뒤를 따랐다. 제자들은 이전의 삶의 방식을 버리고 예수님과의 친교(communion)를 선택하여 그분과의 공동체(community)를 형성하였다. 갈릴래아에서 시작된 예수님과 제자들의 이 친교와 공동체는 예루살렘에서, 더욱이 겟세마니에서 예수님이 체포되시는 순간에 결정적인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중요 순례 장소
① 겟세마니 대성당
예수님이 체포 직전에 기도하셨던 겟세마니 정원에는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성당이 세워졌다. 현재의 대성당은 379-384년 사이에 테오도시우스 1세에 의해 세워진 성당의 자리에 위치한다. 4세기의 이 성당은 콘스탄티누스 황제 이전에 예루살렘 공동체에 의해 경배된 자리에 건축되었다. 이 성당은 에제리아(Egeria)가 “우아한 성당(the elegant church)”이라고 기록한 곳인데, 7세기에 페르시아군에 의해 훼손되었고, 724-725년에는 순례자 빌리발드(Willibald)에 의해 마지막으로 언급된다. 그런데 20년 후 지진으로 인해 성당은 파괴되었다. 이 폐허 위에 십자군들은 1170년경에 기도실을 세웠다. 그 후 성당이 다시 세워졌는데 1323년에도 제 역할을 하였으나 1345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파괴되었다. 오늘날의 겟세마니 대성당은 이러한 역사 위에 1924년에 세워졌다. 이 대성당은 “고뇌의 대성당(Basilica of the Agony)”이라고 불리고, 여러 민족의 재정적 지원으로 건립되어 “모든 민족들의 성당(Church of All Nations)”라고도 불린다. 대성당의 중앙 제대 앞에는 예수님이 엎드려 기도하신 바위가 있다. ② 겟세마니 동굴 성당
겟세마니 대성당에서 약 150m 떨어진 곳에 겟세마니 동굴 성당이 있다. 이 동굴 성당은 비잔틴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에 따르면, 예수님이 “돌을 던지면 닿을 만한 곳에 혼자 가시어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루카 22,41)을 때, 제자들이 잠들었던 곳이다. 그리고 여러 고대 증언들에 따르면, 이곳이 예수님이 체포되셨던 곳이다. 겟세마니 동굴 성당은 1681년 이후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성서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연구소에서 성서학박사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빛, 2014년 5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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