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산책 구약] 스바니야서, 하까이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희망의 영감을 불어넣다 스바니야 예언자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어지러운 시대를 살았습니다. 대제국 아시리아가 쇠락하자 신바빌론과 이집트가 패권을 잡으려 달려들었고, 이런 혼란기를 틈타 여러 민족들이 저마다 궐기하고 군소국가들의 이합집산이 횡행하던 시대였습니다. 아시리아라는 외세에 기대어 이스라엘을 다스렸던 악한 임금 므나쎄가 몰락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 ‘나라 백성’의 힘을 입은 요시야가 임금에 올라 남유다를 강력히 개혁합니다.(2열왕 21,24-23,27) 하지만 결국 요시야는 므기또에서 전사하여, 안타깝게도 그의 훌륭한 개혁은 끝이 나고(2열왕 23,28-30) 유다인은 바빌론으로 끌려갑니다. 요시야 시대를 살았던 스바니야는(스바 1,1) 임금의 개혁을 적극 지지했지만, 결국 바빌론 유배를 지켜봐야 했던 비극적 운명의 예언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고, ‘주님의 날’을 노래합니다. 그날에 주님께서는 모든 것의 운명을 제자리로 돌려놓으실 것입니다. 그는 주님의 날이 역사적 범위를 넘어 우주적 대이변의 날이며, 총체적 전복과 회복의 날이며, 완전히 새로운 창조의 날임을 선포합니다.(스바 1,2-3.14-18) 그리고 그는 주님의 날에 “남은 자들”(스바 2,7.9; 3,13)이 있어 유산을 차지하고 평화를 이루며 불의와 거짓을 행하지 않으리라는 낙관적 미래를 선포합니다. 스바니야 예언자가 전하는 희망과 기쁨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스바니야 예언자가 전하는 희망과 기쁨의 말씀을(스바 3,17) 읽으시고, “제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하고 공감하는 기쁜 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내셨습니다.(「복음의 기쁨」 4항) 하까이는 단 두 장의(총 38절) 짧은 책입니다. 하까이는 스바니야보다 훨씬 후대의 인물입니다. 신바빌론 제국을 꺾고 고대 근동의 패권을 잡은 페르시아가 백성을 예루살렘으로 귀환시킨 시대입니다.(하까 1,1.15) 유배를 견딘 백성은 이제 고향으로 돌아와 희망에 들떴고 성전을 다시 지으려 하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귀환하여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백성은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주변 민족은 협조적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페르시아 제국의 임금이 된 다리우스의 집권 초반기는 불안정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에는 흉작이 닥쳤습니다.(하까 2,16-19) 하까이는 이런 어려운 시기에, 시대의 표징을 해석해 줍니다. 빈곤과 흉작은 그들의 영성적 혼란에 대한 주님의 벌이기에, 이제 신앙의 열성을 되찾고 주님의 집을 재건하면 결국 주님께서 복을 내려주시리라는 뜻입니다. 하까이는 백성에게 용기를 되찾으라고 격려합니다.(하까 2,4-5) 그리고 하까이는 새로운 주님의 집과 그 집에 합당한 메시아에 대한 희망을 전합니다. 이렇게 그는 구원의 새 시대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그리고 그의 영감은 신약성경에서 성취됩니다. [2014년 7월 27일 연중 제17주일 서울주보 4면, 주원준 박사(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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