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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12: 이스라엘로 새로 난 야곱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8-05 조회수3,349 추천수1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12) 이스라엘로 새로 난 야곱

 

 

야곱이 귀향길에 겪은 일은 무엇인가? 그가 고향에 가서 형 에사우를 만나 화해할 생각을 하니 걱정부터 앞선다. 

 

“야곱은 몹시 놀라고 걱정이 되어, 자기 일행과 양과 염소, 소와 낙타들을 두 무리로 나누었다. 그는 ‘에사우가 한 무리에게 달려들어 치더라도, 나머지 한 무리는 살아남을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였던 것이다”(32,8). 

 

요르단 동쪽 개울 야뽁을 건넌 다음 야곱은 신적 존재와 겨루게 된다. 

 

“그는 야곱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야곱의 엉덩이뼈를 쳤다. 그래서 야곱은 그와 씨름을 하다 엉덩이뼈를 다치게 되었다”(32,26). 

 

이로써 야곱은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절름발이 신세가 된다. 

 

야곱은 형 에사우와 어떻게 화해하는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속임수로써 형의 축복을 가로챘던 옛일이 그를 괴롭혔다. 그런데 지금 형 에사우가 장정 사백 명을 거느리고 자신을 향해 힘차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33,1 참조). 잔뜩 겁먹은 야곱은 자기 가족 일행을 뒤에 세우고 “앞장서 가면서, 형에게 다가갈 때까지 일곱 번 땅에 엎드려 절하였다”(33,3). 이는 지난날 형에게 저지른 그의 모든 잘못을 다 인정한다는 굴복의 표시다. 형에게 온전히 항복하고 그의 뜻에 따르겠다는 화해의 몸짓이다. 

 

그런 야곱이 어떻게 신앙인의 조상이 될 수 있었을까. 간교한 수법을 통해 형의 축복을 가로채 간 야곱이 무슨 근거로 하느님의 축복을 전해주는 선민의 조상 대열에 들 수 있었는가? 답은 이렇다. 본래의 야곱이 아니라, 회개를 통하여 새로 태어난 야곱이기에 가능하다. 그분의 선택과 야곱 자신의 회개와 그분의 은총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성경은 어떻게 말하는가? 야곱이 야뽁 개울 건너편에서 통 틀 때까지 어떤 분을 만나 그와 씨름을 한다. 씨름 끝에 그분으로부터 축복의 말씀을 듣는다. 

 

“네가 하느님과 겨루고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으니, 너의 이름은 이제 더 이상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 불릴 것이다”(32,29 35,9-10 참조). 

 

‘이스라엘’은 ‘하느님께서 싸우시기를!’ 또는 ‘하느님께서 자신을 계시하시기를!’이란 뜻이다. 

 

야곱이 신적인 존재와 겨룬 다음에 ‘야곱’ 대신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받는다. 야곱은 이제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음으로써 그에 걸맞는 새로운 신분을 얻게 된다. 선택된 민족 이스라엘의 성조가 된다. ‘아브람’도 새 이름 ‘아브라함’을 받으면서 ‘민족들의 아버지’가 되었다(17,5). 시몬도 예수님께 새 이름을 받는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마태 16,18). 

 

야곱이 얻은 이 새로운 신분은 저절로 된 것이 아니다. 그는 언제나 하느님 뜻을 찾았다. 형 에사우와 화해하러 갈 때 겁에 질린 야곱은 간절히 기도드린다. 

 

“저의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느님, 저의 아버지 이사악의 하느님…제 형의 손에서 에사우의 손에서 부디 저를 구해주십시오…”(32,10-13). 

 

그가 하느님과 겨루다가 절름발이가 되는 심판의 과정 곧 회개와 정화의 과정을 통하여 새 이름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야곱은 장애를 딛고 일어서는 고통의 체험을 통하여 ‘이스라엘’로 거듭나게 된다. 하느님의 심판을 받고 그분 시험에 통과하여 새로운 인물 ‘이스라엘’로 우뚝 선다. 

 

예수님은 우리 믿는 이들을 초대하신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4-16). 

 

우리도 야곱처럼 회개와 정화의 과정을 통하여 새로 날 때 이웃을 밝혀 비추는 등불이 될 것이다.

 

*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8월 3일, 신교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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