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14) 요셉은 어떻게 말하나? 요셉이 형들에게 한 말은 무엇인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식하고 벌벌 떠는 형들에게 요셉은 말한다. “내가…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저를 이곳으로 팔아넘겼다고 해서 괴로워하지도, 자신에게 화를 내지도 마십시오. 우리 목숨을 살리시려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여러분보다 앞서 보내신 것입니다”(45,4ㄷ-5). 어린 동생을 노예로 이집트 상인들에게 팔아넘긴 무정한 형들! 한편 지난날의 잘못을 캐묻거나 질책하지 않고 오히려 모든 일을 구세사적으로 설명하는 요셉은 형들과 얼마나 대조적인가! 형들 때문에 엄청난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던 요셉은 형들의 잘못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워 준다. 창세기에 나오는 이스라엘 성조들 이야기는 사건 당시 그때그때 기록된 것이 아니다. 구전으로 전해져오던 여러 가지 역사적인 설화와 민담들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이스라엘 후손들이 기억을 더듬어 기록한 것이다. 성조 이야기는 한마디로 이스라엘인들의 신앙고백이라 할 수 있다. 기나긴 고난의 삶 속에서 하느님 구원의 손길을 찾아낸 이스라엘인들의 신앙고백이다. 성조들에 관한 이야기, 곧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요셉으로 이어지는 긴 이야기는 하느님께서 주관하시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이스라엘 민족의 형성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탈출기는 어떻게 시작하는가? 지금까지 창세기에 나오는 인물들을 보았다면 이제부터 탈출기에 나오는 인물, 특히 모세를 보게 된다. 탈출기는 야곱 자손들의 족보로 시작한다. “야곱과 함께 저마다 가족을 데리고 이집트로 들어간 이스라엘의 아들들 이름은 이러하다. 르우벤, 시메온, 레위, 유다, 이사카르, 즈블룬, 벤야민, 단, 납탈리, 가드, 아세르이다”(탈출 1,1-4). 요셉을 따라 이집트로 내려간 야곱 집안은 그곳에서 이집트 제국의 임금까지도 겁낼 정도로 큰 집단을 이룬다. 이스라엘 민족이라 칭할만한 집단으로 발전한 것이다. 새로 즉위한 이집트 임금이 말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우리보다 더 많고 강해졌다… 그들이 더욱 번성할 것이고,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그들은 우리 원수들 편에 붙어 우리에게 맞서 싸우다 이 땅에서 떠나가 버릴 것이다”(1,9-10). 겁먹은 이집트 임금이 내린 처방은 무엇인가. 그는 이스라엘 자손들을 괴롭히려고 작정한다. 먼저 그들에게 파라오의 양식을 저장하는 성읍 <피톰과 라메세스>를 짓도록 한 것이다. “진흙을 이겨 벽돌을 만드는 고된 일과 온갖 들일 등, 모든 일을 혹독하게 시켜 그들의 삶을 쓰디쓰게 만들었다”(1,14). 문제는 파라오가 이스라엘을 억압할수록 이스라엘 자손이 무섭게 번성해갔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들은 자식을 많이 낳고 늘어만 갔다. 그들은 번성하고 더욱더 강해졌다. 그리하여 그 땅이 이스라엘 자손들로 가득 찼다”(1,7). “그러나 그들은 억압을 받을수록 더욱 번성하고 더욱 널리 퍼져나갔다”(1,12). 그렇다면 두 번째 처방은 무엇인가. 이스라엘 백성을 말살하기 위하여 이집트 임금은 산파 시프라와 푸아를 시켜 히브리 사내아이들을 없애버리기로 한다. “너희는 히브리 여자들이 해산하는 것을 도와줄 때, 밑을 보고 아들이거든 죽여 버리고 딸이거든 살려 두어라”(1,16). 그런 와중에도 히브리산파들은 하느님을 경외하는 이들이었기에(1,17 참조) 히브리 사내아이들의 출산을 오히려 적극 돕는다. 그런 이유로 임금에게 불려간 산파들은 “왜 사내아이들을 살려 주었느냐?”고 묻는 파라오에게 당당하게 답변한다. “히브리 여자들은 이집트 여자들과는 달리 기운이 좋아, 산파가 가기도 전에 아기를 낳아버립니다”(1,19). 히브리 산파들의 답변은 흥미롭게도 이집트 여인들에 비해 히브리 여인들이 강하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다. *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8월 17일, 신교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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