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산책 신약]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바오로의 복음 로마서는 바오로 사도가 직접 집필한 친서로서 바오로 서간 중에 가장 중요한 저술로 꼽히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보통 공동체의 교의적, 실천적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편지를 썼는데, 로마서에서는 자신의 신학에 대해 체계적이고 평온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마의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바오로가 설립한 것이 아니지만, 이미 클라우디우스 황제치하에 유대교 공동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그런 로마 공동체에 편지를 쓰게 된 동기는 복합적입니다. 우선 로마 공동체 내부에 발생한 문제, 즉 ‘약한 이들’과 ‘강한 이들’의 대립 문제에 도움을 주려했고, 또 예루살렘 교회의 지도자들 앞에서 자신의 변호를 염두에 두면서 자신이 설립한 공동체들을 위해 자신의 신학을 요약하려 한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우선적 동기는 임박한 로마 방문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신학을 종합적으로 제시하여 오해를 불식시키고, 스페인 복음화를 위한 협조를 구하려고 한 것입니다. 아마도 바오로는 이 편지를 55년 봄쯤에, 코린토에서 예루살렘으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 썼을 것입니다. 바오로가 이 편지를 쓰면서 가이오스의 손님으로 있었으며(로마 16,23), 가이오스가 코린토 공동체의 주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다루는 첫 번째 교의적 주제는 “신앙을 통한 의화”(로마 1,16-5장)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스스로 피를 흘려 속죄제물이 되신 성자를 통해 모든 인류와 화해하기를 원하십니다. 이는 하느님의 위대한 사랑과 용서의 표현입니다. 하느님의 정의는 인간의 의화를 목적으로 합니다. 이 의화는 근본적으로 죄인을 용서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사람은 하느님의 친구요 동료의 상태로 복구되는 것입니다. 이제 사람은 그리스도에 의해 실현된 화해를 신앙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에게 신앙은 ‘하느님께 열려 있는 것’, ‘하느님과 그분의 구원능력에 대한 신뢰의 몸짓’입니다. 신앙은 완전히 인간적인 행위이면서 여전히 하느님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정의는 그리스도 이전에 처했던 인간의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를 ‘하느님의 진노’로 표현하는데, 인간이 자기 죄로 끌어들인 재난을 의미합니다. 거기에는 죽음도 포함됩니다. 율법은 거룩하고 올바른 것이면서도 죄를 저지하지 못했고, 오로지 죄를 드러나게 하고 그 파괴적 능력을 드러내는 역할을 할 뿐이었습니다. 그리스도에 의해 실현된 의화는 인간 내부에 심오한 변화를 가져오는데, 그 주체는 성령이십니다. 성령은 새로운 생명의 영감을 주시는 분으로서, 그 새로운 생명 안에서 하느님의 율법은 자발적으로 준수됩니다. 따라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구체적인 원의에 해당되는 율법의 내용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율법이 의화와 구원의 도구가 된다는 개념을 거부한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율법은 규정들이 아니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명령입니다. 이 명령을 준수하는 사람은 율법의 다른 규정들을 모두 준수하는 것입니다. [2014년 9월 14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서울주보 4면, 이성근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서울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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