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산책 신약]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그리스도의 유일한 복음 갈라티아서는 바오로 사도의 친서로서 근본적으로 논쟁적인 편지입니다. 갈라티아 공동체의 긴박한 상황과 문제에 직면해서 그것을 해결하고자 저술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학적인 면에서도 가치가 큰데, 바오로는 자신이 선포한 복음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중요한 신학 개념과 용어들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는 자신의 편지를 아무 설명 없이 갈라티아의 여러 교회들에 보내고 있는데, 갈라티아는 본래 소아시아 중북부 고원지역을(북부 갈라티아) 지칭했는데, 나중에 로마의 속주가 되면서 여기에 소아시아 중남부의 몇 지역이 합해졌습니다.(남부 갈라티아) 사도행전에 의하면 바오로는 첫 번째 선교여행에서 남부 갈라티아에 공동체를 설립했고,(사도 13,13-14,26) 두 번째 선교여행 때 북부 갈라티아를 횡단하면서(사도 16,6) 그 지역을 복음화했습니다. 많은 학자들은 이 편지가 북부 갈라티아에 보내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갈라티아서와 다른 편지들의 연대기적 관계를 설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술시기와 저술장소를 알아내기는 어렵습니다. 보통 54~57년 사이에 에페소, 마케도니아 혹은 코린토 중 한 곳에서 저술된 것으로 봅니다. 바오로 사도는 처음에 육체적 질병 때문에 갈라티아에 머물면서 복음을 전파하였는데, 갈라티아인들은 관대하게 그를 돌보아주었고 또 열정적으로 복음을 받아들였습니다.(갈라 3,2-5) 그러나 편지를 쓸 무렵 익명의 선동가들에 의해 공동체는 ‘다른 복음’으로 돌아서고 있었습니다.(갈라 1,6) 그들은 구원을 받기 위해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가져야 함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면서도 할례와 모세의 율법을 지키도록 강요하였습니다. 또한 공동체와 바오로 사도를 갈라놓기 위해 바오로에 대한 비난과 비방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런 상황에 직면하여 그리스도교 메시지의 핵심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바오로는 우선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그리스도의 인격 안에서 완성되었음을 천명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주신 자유는 지상 예루살렘과 그 자녀들이 매여 있는 종살이와 대조됩니다. 모든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업적에 밀접하게 연결됨으로써 자유를 얻습니다. 그리스도께 의지하며 그분의 죽음과 삶에 참여하는 것은 ‘신앙’이라는 용어를 통해 표현되며, 신앙을 통해 사람은 ‘의화’를 얻습니다. 의화란 사람으로 하여금 의로움을 얻게 하는, 의로운 사람으로 인정받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의 업적은 이토록 충만하고 효과적이기에, 그 어떤 것도 그에 필적할 수 없습니다. 율법은 오직 간접적으로만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이며, 죄의 존재와 역할을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께서 오신 이상 율법은 그 역할을 다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를 선포하면서 율법의 준수를 요구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왜곡’(갈라 1,7)하는 것입니다. 율법에 반대하는 바오로의 논쟁은 분명한 그리스도론적 특징을 지니고 있고, 바오로 사도는 인류의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업적을 축소시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피하려고 한 것입니다. [2014년 10월 5일 연중 제27주일(군인주일) 서울주보 4면, 이성근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서울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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