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열두 지파 창세기 32장은 야곱이 외삼촌 라반과 헤어져 고향으로 가는 내용이다. 야곱은 이사악의 둘째 아들이다. 그런데 형을 속이고 아버지의 계승권을 약속받았다. 어머니 레베카의 개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화가 난 형은 동생을 죽이려 했다. 사정이 심각해지자 어머니는 야곱을 친정으로 피신보냈다. 이렇게 해서 야곱은 라반의 집에서 20년을 살았던 것이다. 그 사이 두 아내와 열한 명의 아들을 거느린 대가족이 되었다. 야곱은 요르단 강 동편에서 야뽁 강을 만난다. 건너면 고향 땅이다. 가족을 먼저 보내고 홀로 남았다. 지난날이 떠올랐다. 형 에사우를 속인 일. 외삼촌 집에서 아내를 만나고 가족을 이룬 일. 천막을 치고 감사기도를 바쳤다. 어둠이 몰려오자 깜빡 잠이 들었다. 한데 어떤 이가 나타나 깨웠다. 잠결에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천사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후 천사는 야곱을 축복하며 말한다. 하느님과 겨루었으니 네 이름은 이제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다(창세 32,29). 야곱의 실존을 결정짓는 말씀이었다. 이후 그는 달라진다. 아브라함의 뒤를 잇는 상속자임을 확실하게 깨달았던 것이다. 그리곤 깨달음을 얻은 그곳 땅을 프니엘(Peniel)이라 했다. 프니(Peni)는 얼굴을 뜻하고 엘(el)은 하느님을 뜻한다. 프니엘 사건 이후 야곱의 이름은 이스라엘이 되었고 자녀들도 이스라엘 후손이란 별칭을 얻게 되었다. 그러므로 열두 지파의 출발은 야곱의 아들들이다. 야곱은 첫 부인 레아에게서 외동딸 디나(Dinah)와 6명의 아들을 낳았다. 르우벤, 시메온, 레위, 유다, 이싸카르, 즈불룬이다. 그리고 레아의 몸종 질파에게서도 두 아들을 낳았다. 가드와 아세르다. 둘째부인 라헬에게서는 요셉과 벤야민을 낳았고 그녀의 몸종 빌하에게서는 단과 납탈리를 얻었다. 야곱의 자녀 가운데서 셋째 아들 레위가 가장 거칠고 과격했다. 야곱 일행이 스켐에 머물 때 성주의 아들이 디나를 좋아해 청혼했는데 레위는 많은 사람을 죽이면서 이를 제지했다(창세 34장). 이 사건으로 야곱은 레위를 저주했고(창세 49장) 후손들이 한곳에 모여 살지 못하게 했다. 다른 지파의 동네에 흩어져 살며 제관(祭官) 업무만 전담케 했던 것이다. 12지파 가운데 벤야민 지파는 있어도 요셉 지파는 없다. 대신 요셉의 두 아들 므나쎄와 에프라임이 지파가 된다. 훗날 에프라임 지파는 남쪽의 유다 지파와 대립한다. 그들이 세운 나라가 사마리아를 수도로 하는 북이스라엘이다. 첫 임금은 에프라임 지파 출신의 예로보암 1세였다. 현재의 이스라엘 국가명도 야곱의 이름을 내세운 것이다. [2014년 10월 12일 연중 제28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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