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산책 신약]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는 교회의 일치 콜로새서는 바오로 사도의 친저성이 의심되는 제2바오로 서간에 속합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론적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편지인데, 이 서간에 들어있는 “그리스도 찬가”(콜로 1,15-20)는 창조에 관한 그리스도론적 진술 가운데 가장 중요한 본문에 속합니다. 바오로는 이 편지의 수신인인 콜로새 공동체가 자신을 모르는 낯선 사람들임을 전제하고 있습니다.(콜로 1,4-5;2,1) 그래서 콜로새 공동체는 바오로 사도가 직접 설립한 것이 아니라, 아마도 바오로가 에페소에 머무는 동안 그의 협력자 에파프라스가 선교를 했을 것입니다. 이 공동체에는 유대계 그리스도교인과 이방계 그리스도교인이 혼합되어 있었습니다. 콜로새서는 필레몬서와 매우 근접한 편지로서, 여러 번 같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따라서 콜로새서는 콜로새 지방과 그곳의 상황을 잘 아는 익명의 저자가 집필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는 필레몬서뿐 아니라 바오로와 그의 신학까지 잘 아는 사람으로서 바오로 사도의 권위를 빌려 이 서간을 썼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서간의 집필 동기로는 콜로새에 등장한 이단, 지진으로 인한 질서의 붕괴에 대한 두려움, 천사 공경이나 음식물 절제 규정 등으로 인한 혼란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 경향에 맞서 저자는 공동체 구성원들로 하여금 그리스도를 바라보도록 하며, 그분은 누구나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분’임을 강조합니다. 그분은 세상과 교회의 머리로서 존재하는 분이며 콜로새 신자들은 세례를 통해 그분과 더불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런 그리스도론은 곧 구원론과 직결됩니다. 우주론적이고 세계적인 그리스도 이해는 믿는 모든 이가 구원될 수 있다는 ‘보편적 구원론’으로 귀결됩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실천적인 권고사항을 이끌어내는데, 곧 그리스도인들은 그런 새로운 질서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콜로새서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 가운데 하나는 화해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다.”(콜로 1,16)와 ‘그리스도는 몸의 머리’(콜로 1,18ㄱ 참조)라는 표현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십자가를 통해 우주의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과 화해하였음을 보여줍니다. 이 서간은 전체적으로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저자는 신학 전개의 기본 틀과 방향 그리고 초점을 그리스도께 두면서,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분 안에서만 충만한 의미를 지닌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스도와 가까이 있을수록 그 존재의 가치는 상승하는데,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된 신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그 신비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났기 때문에 수신인들은 이제 그 신비를 깨닫고 자신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활동하시며, 또한 그리스도께서 하느님 오른편에 앉으셨음을 알고 이 지상 것보다 천상 것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합니다. [2014년 10월 26일 연중 제30주일 서울주보 4면, 이성근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서울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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