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산책 신약] 사목서간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티모테오 전후서와 티토서, 이 세 편지는 교회를 이끄는 사목자들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기에 전통적으로 ‘사목 서간’이라 불렸습니다. 사목 서간은 당시 교회 안에 벌어지고 있던 여러 논쟁과 갈등을 겨냥하여 교회의 질서와 ‘건전한 가르침’의 보존에 대해 가르칩니다. 사목자들에게 교회 안에서 다양한 관점들에 맞서 싸울 권위와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목 서간의 공동 관심사는 사회와 가정과 교회의 질서입니다. 저자는 교회 구성원들이 가정에서든 교회에서든 사회에서든 질서에 순응하기를 바랍니다. 그것도 신심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교회를 가정의 연장 혹은 하나의 큰 가족으로 생각하고,(1티모 3,15) 가정에도 위계질서가 있듯 교회에도 위계질서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교회의 지도부에는 ‘주교’와 ‘원로들’이 있어서 이들이 원로단을 형성하여 신자들을 다스리고 안수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직무를 맡깁니다.(1티모 4,14; 5,22) 교회 구성원들은 원로들에게 순종함으로써 질서를 유지합니다. 이처럼 원로단과 일반 신자들의 관계는 가장과 다른 가족 구성원의 관계에 비견됩니다. 둘은 어버이다운 다스림과 자녀다운 순종의 관계인 셈입니다. 교회 직제와 건전한 가르침의 식별 문제도 중요합니다. 사실 교회 지도자의 임무 가운데 사도로부터 내려오는 건전한 가르침을 식별하고 보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거짓된 가르침을 찾아내어 제거하는 일도 포함됩니다. 지도자는 ‘건전한 가르침으로 남을 격려’하고 반대자들을 꾸짖어야 한다는 것입니다.(티토 1,9) 여기서 건전한 가르침이란 ‘하느님의 영광스러운 복음에 따른 것’(1티모 1,11)이며 하느님으로부터 바오로에게, 바오로에게서부터 티모테오와 티토에게, 그리고 이들에게서 다른 충실한 이들에게 전달됩니다.(2티모 1,8-14; 2,1-2; 티토 1,5.9) 이 전승의 사슬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집니다. 물론 이 전승의 사슬에서 벗어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거짓된 가르침을 유포하며 원로들에게 순종하지 않고 혼인이나 특정 음식을 금지하며,(1티모 4,3) 부활이 이미 일어났다는 가르침을 퍼뜨리기도 합니다.(2티모 2,18) ‘사이비 지식’을 주의하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습니다.(1티모 6,20) 사목 서간의 관점은 1세기 후반에서 2세기 초반 ‘사도 시대 이후’의 교회 상황과 잘 부합합니다. 곧 주교를 우두머리로 하고 그 아래 여러 원로가 함께 교회 지도부를 형성하는 식입니다. 당시에 발달한 ‘사도적 계승’ 개념도 엿보입니다. 사도들에게서 유래한 교회의 올바른 가르침이 적법한 계승 절차를 통해 다른 지도자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입니다.(2티모 2,1-2) 여기서 알 수 있듯 교계 제도는 상명하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서로 돌보며 교회 안에 건전한 가르침은 보존하고 거짓된 가르침은 몰아내기 위해 존재합니다. 사도는 바랐을 것입니다. 모든 목자와 양떼가 하나같이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2티모 4,7) 하고 말할 수 있기를. [2014년 11월 16일 연중 제33주일(평신도 주일) 서울주보 4면, 송혜경 박사(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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