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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25: 선택은 우리 몫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11-23 조회수3,068 추천수1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25) 선택은 우리 몫

 

 

허겁지겁 이집트를 빠져나온 이스라엘 백성은 거친 광야의 삶에 점차로 지쳐갔다. 배고픔과 목마름, 뱀과 전갈 등 독을 뿜어내는 동물의 공격, 여러 질병 등이 그들을 괴롭혔다. 지친 이스라엘이 모세에게 불평한다. 모세는 백성을 대신해서 주 야훼께 부르짖는다. 그러면 그분께서 어여삐 여기시어 모세의 기도를 즐겨 들어주신다. 이러한 과정을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백성의 불평 - (모세의) 중재기도 / 청원기도 - 야훼의 구원’

 

‘백성의 불평-모세의 중재기도-야훼의 구원’ 도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예를 본다. 이스라엘이 갈대바다를 통과해서 수르 광야에 이르러 사흘 동안이나 걸었는데도 물이 없었다. 마침내 마라라는 곳에 이르는데 그곳 물은 써서 마실 수가 없어서 그 이름을 ‘마라’라고 불렀다는 곳이다. 그때 백성이 모세에게 목마르다고 불평한다. 모세는 지체 없이 주님께 부르짖는다.

 

“주님께서 나무 하나를 보여주셨다. 모세가 그것을 물에 던지자 그 물이 단물이 되었다”(탈출 15,25).

 

먹을 것이 없어 배고파 죽겠다고 부르짖으며 불평을 털어놓던 이스라엘의 예를 들어본다. 이집트를 탈출한 뒤 두어 달 되어갈 때 이스라엘인들은 시나이 신 광야에 이른다. 그들은 모세와 아론에게, 그때까지 참아오던 불평을 터뜨린다. 광야 삶에 지쳐 더 이상 꼼짝달싹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불평은 다음 구절에서 절정에 이른다.

 

“이집트 땅에서 주님의 손에 죽었더라면!”(탈출 16,3ㄴ)

 

결국 주님께서는 지체 없이 일용할 양식으로 만나와 메추라기를 비가 내리듯 풍족하게 내려주신다. 이스라엘이 광야 한 가운데서 주님 자비를, 구원의 은총을 맛보게 된다.

 

신 광야를 떠나 르피딤에 진을 친 이스라엘 백성은 마실 물이 없어 모세에게 물을 달라고 야단들이었다. 모세가 주님께 어찌 해야 하느냐고 부르짖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호렙의 바위를 지팡이로 치면 물이 터져 나오리라”(탈출 17,5-6 참조).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현존을 시험하였다고 하여 그곳을 ‘마싸와 므리바’라 부르게 된다. 이 장면에서도 ‘불평 - 모세의 중재기도 - 구원’ 도식이 그대로 성립된다. 광야는 불평의 장소이자 동시에 영원하신 분의 자비를 맛보는 곳, 은총 체험의 현장이다.

 

이제 ‘불평-심판’ 도식을 보자. 민수기에는 불 뱀과 구리 뱀 이야기가 나온다. 이스라엘 백성이 조급해져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한다.

 

“당신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민수 21,5).

 

이렇게 이스라엘이 주 하느님을 불신했기 때문에 주님께서 백성에게 불 뱀을 보내시어 많은 이들이 물려 죽게 된다. 여기서 ‘불평 - 심판’ 도식을 뚜렷이 보게 된다.

 

많은 이들이 뱀에 물려 죽게 된다. 불신에 따른 심판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물론 결국에는 심판으로 끝나지 않고 많은 이스라엘인들의 구원으로 이어진다. 백성이 모세에게 청한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주시도록 기도해주십시오”(21,7).

 

모세가 백성을 위해 주님께 간구하자, 주님께서 그의 중재기도를 들어주신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21,8).

 

모세가 만들어놓은 구리 뱀을 쳐다본 이는 누구나 뱀에 물렸어도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고(믿고) 구원에 이르느냐 아니냐는 이제 우리 몫이 되었다(요한 3,14-15 참조).

 

*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11월 23일, 신교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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