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산책 신약] 필레몬에게 보낸 서간과 유다 서간
신분을 뛰어넘는 형제애 그리고 전해 받은 믿음의 수호 필레몬서는 바오로가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쓴 짧은 편지로,(필레 1; 9; 10; 13; 23) 수신인인 필레몬은 바오로 사도의 인도로 그리스도교에 입문하였습니다.(필레 1; 9) 사도가 이 편지를 쓰게 된 계기는 필레몬의 노예였다가 도망친 오네시모스라는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오네시모스는 바오로 사도에 의해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인 뒤,(필레 10) 사도와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필레 12; 16) 사도가 그를 ‘내 심장과 같은’, ‘나에게 특별히 사랑받는 형제’라 표현할 정도였습니다. 사도는 오네시모스를 계속 곁에 두며 협력자로 삼고도 싶었지만 옛 주인인 필레몬에게 돌려보냅니다. 그러면서 오네시모스를 한 형제로서 그리고 사도 자신을 맞아들이듯 맞아주기 바란다는 뜻을 표합니다.(필레 17) 필레몬서는 1코린 7,20-24; 콜로 3,22-4,1와 함께 노예제에 대한 바오로의 시각을 잘 드러냅니다. 사도에게 사회적 · 법적 질서를 전복시키려는 의도는 없었음이 분명합니다. 종에게는 종의 신분에 충실할 것을, 주인에게는 종을 정당하고 공정하게 다루어 줄 것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필레몬서에서도 사도는 오네시모스를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키라는 뜻을 내비친 적이 없습니다. 대신 그리스도교 신앙이 지위와 신분의 장벽을 넘어 모든 사람을 한 형제로 묶어준다는 사실을 암시하면서 필레몬에게 노예인 오네시모스를 사랑하는 형제로서 맞아 주기를 기대합니다.(필레 16) 당시 로마 사회에서 노예는 주인의 소유물에 불과했으며 노예의 생명 찬탈권이 주인에게 있었음을 감안할 때, 노예를 형제로 대하라는 사도의 말은 파격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유다서는 보편적인 독자를 향한 편지라는 의미로 교부들이 가톨릭 서한이라 부른 일곱 편지(유다, 야고보, 1·2베드로, 1·2·3요한)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도들을 자기네보다 앞선 시대에 속한 이들로 표현하고,(유다 17-18) ‘믿음’을 전해 받은 것으로 여긴다는(유다 3) 점에서 이 편지는 2세기의 교회 상황을 반영합니다. 편지 저자는 교회 안에 숨어든 거짓 교사들을 고발하면서 ‘성도들에게 단 한 번 전해진 믿음’을 위해 싸울 것을 권고합니다. ‘불경한 자들’이라 칭하는 거짓 교사들을 향한 저자의 비판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그리스도론적 측면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유일한 주인이시며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윤리적 측면입니다. 그들이 “하느님의 은총을 방탕한 생활의 방편으로 악용한다.”는 것입니다.(유다 4) 이들이 교회 바깥사람이 아니라 교회 안에 몰래 숨어든 사람, 곧 교회에 속한 사람들이라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유다 12) 적은 항상 내부에 있는 모양입니다. 저자는 이들에 맞서 사도들에게서 전해 받은 거룩한 믿음을 바탕으로 성장해 나가고(20)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자신을 지키며,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를 기다리라.”고 독려합니다.(유다 21) [2014년 11월 23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성서 주간) 서울주보 4면, 송혜경 박사(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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