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26) 하느님 경배와 약자 보호법 탈출사건의 최종 목적지는 가나안이었다. 그곳이 주님께서 약속하신 땅이었다. “내가 그들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하여, 그 땅에서 저 좋고 넓은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리고 올라가려고 내려왔다”(탈출 3,8). 그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거쳐 가야 할 곳이 광야였다. 그러나 광야는 그냥 거쳐 지나가는 주막과 같은 곳이 아니었다. 광야는 예배드릴 장소일 뿐 아니라 십계명을 비롯하여 율법을 받는 시나이(호렙)산이 우뚝 서있는 곳이었다. 광야는 이스라엘이 영원하신 분의 뜻을 받아들여 가나안 땅, 이방인 지역에 들어가 바알을 비롯한 잡신공경에 맞서 야훼 신앙을 굳게 간직하며 그분의 뜻을 더욱 깊이 새겨 자손대대로 물려줄 준비를 철저히 다지는 곳이었다. 시나이 산에 얽힌 내용은 퍽이나 길게 펼쳐진다. 탈출 사건 중심에서부터(19,1) 민수기 앞부분까지가(10,10) 다 시나이 산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광야 한가운데 자리 잡은 시나이 산에서 이스라엘이 선민으로서의 기본 틀을 갖추게 된다. 시나이 주요 사건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하나는 하느님 발현 곧 그분의 현존을 체험하는 사건이다. “뿔 나팔 소리가 점점 크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모세가 말씀을 아뢰자, 하느님께서 우렛소리로 대답하셨다”(탈출 19,19).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이 율법을 받는 사건이다. 시나이 산에서 영원하신 분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으신다. 그 계약은 십계명 안에(20,1-17) 예시되어 있듯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신 것이다. 그분께서는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예배 지침과 ‘만남의 천막’에 관한 지침을 내려주셨다(27,21). 모세는 이곳에서 그분을 만나 그분의 분부를 받곤 한다. 모세가 만남의 천막에서 주님을 만날 때 “주님께서는 마치 사람이 자기 친구에게 말하듯, 모세와 얼굴을 마주하여 말씀하시곤 하였다”(33,11ㄱ). 만남의 천막은 훗날 하느님 현존 장소인 성전으로 발전한다. 히브리서간 저자는 이를 두고 하늘에 있는 성소의 모상이라고 말한다(히브 8,5ㄱ 참조). 신명기 법전(신명 12-26장)은 신명기 전체의 핵심내용이다. 여기 나오는 약자 보호법을 들여다본다. 신명기는 오랫동안 시나이 광야 떠돌이 생활을 마치고 요르단 강을 건너기에 앞서 모세가 모압 평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한 연설이다. 그 안에는 이스라엘 역사와 율법이 담겨있다. 잡신공경을 배제하고 철저히 야훼 하느님 한분만을 섬길 것을 강조한다. 특히 약자보호법이 오늘날 우리가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내용이 아닌가 한다. 가난해서 진 빚 때문에 종이 된 이를 놓아주는 규정을 보자. “너희 동족인 히브리 남자나 여자가 너희에게 팔려 와서, 여섯 해 동안 너희의 종으로 일할 경우, 일곱째 해에는 그를 자유로이 놓아주어야 한다. 너희가 그를 자유로이 놓아줄 때, 그를 빈손으로 놓아주어서는 안 된다”(신명 15,12-13). 사회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나 국가는 신명기의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 곧 들어가 정착하게 될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스라엘이 하느님 예배에 충실할 뿐 아니라, 약자가 최대한 배려 받는 정의로운 사회를 이룰 때에만 가능했다. 이스라엘은 시나이에서부터 단단히 그 준비를 해야 했다. 우리도 훗날 행복한 대한민국을 이룩하기 위해, 지금 약자 배려의 틀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11월 30일, 신교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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