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산책 신약]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
그리스도 영원한 대사제 히브리서는 그리스도를 사제 혹은 대사제로 부르면서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의 신비를 사제직의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저자는 가르침과 권고를 오가는 이 편지를 ‘격려의 말’이라 부르면서(히브 13,22),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지는 구원의 새 계약이 이스라엘의 종교인 옛 계약보다 위에 있으며 사실상 이를 대체했다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구원의 새 계약에서 멀어지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이 편지에서 그리스도교와 유다교의 관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가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를 대체했다는 것이 그 골자입니다. 이스라엘이 옛 계약을 가졌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새 계약을 가졌습니다.(갈라 4,24; 1코린 11,25; 2코린 3,6.14 참조)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예레 31,31-34 “보라, 그날이 온다. 주님의 말씀이다. 그때에 나는 이스라엘 집안과 유다 집안과 새 계약을 맺겠다.”라는 말씀입니다. 예언자가 말한 새 계약이 바로 그리스도께서 맺으신 계약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새 계약으로 말미암아 옛 계약은 낡고 오래된 것이 되었다고 합니다.(히브 8,13) 옛것은 실체인 새것의 그림자일 따름입니다.(히브 8,5; 10,1) 이처럼 히브리서 저자는 새 계약을 옛 계약과 비교하면서 새 계약의 우수성을 강조합니다. 하느님께서 예전에 ‘조상들’에게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다면 지금 ‘우리’에게는 ‘아드님’을 통하여 말씀하십니다.(히브 1,1-2) 계명을 지키지 않아 죄인이 된 옛 계약의 백성은 속죄의 동물로 계속해서 희생 제사를 드려야 했지만, 새 계약의 백성은 동물 제사를 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단 한 번 결정적으로 우리 모두를 위하여 희생되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야말로 진정한 희생 제사이며, 이 희생 제사야말로 구약의 모든 제사를 대체하는 유일한 참 제사입니다. 구약의 제사는 인간의 양심을 근본적으로 정화할 수도 없었고, 사람을 하느님에게까지 들어 올려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신 자신을 바치는 완벽한 희생인 그리스도의 죽음은 인간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고 하느님과 깊은 관계를 맺게 해 줍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통하여 사제가 되시고 죄를 없애는 정화를 실현하셨으며,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세우셨습니다.(히브 9,14-15; 10,22; 13,20) 그분의 피는 우리가 하느님께 자유로이 다가갈 수 있게 해 줍니다.(히브 10,19-20) 그리하여 그리스도에게서 사제직이 완벽히 실현되었습니다. 수난 끝에 영광을 받으신 그리스도께서 사람들에게 하느님 아버지께 이르는 길을 열어 주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통하여 인류에게 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셨기 때문입니다.(히브 2,10) 이러한 하느님의 선물에 합당한 삶은 어떤 것일까요? 히브리서 저자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믿음과 인내로(히브 11,1-40; 12,1-13) 살아가는 거룩한 삶이라 말합니다.(히브 12,14) 그리고 자신을 찬양 제물로 바치는 삶이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히브 13,15) [2014년 11월 30일 대림 제1주일 서울주보 4면, 송혜경 박사(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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