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36) 예수 승천 경당
부활하신 예수님은 하늘로 올라가셨다. 예수님에게 일어난 일들을 사도 베드로는 오순절 설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예수님을 하느님께서 다시 살리셨고 우리는 모두 그 증인입니다. 하느님의 오른쪽으로 들어 올려지신 그분께서는 약속된 성령을 아버지에게서 받으신 다음, 여러분이 지금 보고 듣는 것처럼 그 성령을 부어 주셨습니다.”(사도 2,32-33) 예수님의 승천을 기념하는 경당이 예루살렘의 올리브 산 위에 있다. 우리는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의 승천을 전하는 본문들을 다시 읽고, 예수 승천 경당의 역사를 살펴보려 한다.
■ 신약성경의 예수님 승천
성경 시대의 사람들은 삼층 구조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맨 위의 하늘과 그 아래의 땅, 맨 아래의 셔올로 이루어진 이 세계관은 전체 성경 이야기의 배경을 이룬다. 하늘은 하느님의 세계이고 땅은 인간의 세계이며 셔올은 죽은 이들의 세계이다. 이러한 배경 안에서 예수님에게 일어난 일들이 서술된다. 복음서에서는 예수님이 인간이 되신 것을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신 것으로 표현되고, 그분이 돌아가신 것은 셔올로 내려가신 것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은 죽은 이들 중에서 일으켜지신 것이고, 하느님의 영광 안에 들어가신 것은 승천, 즉 하늘로 올라가신 것으로 표현된다. 이와 같이 복음서는 예수님에게 일어난 일들을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에 입각하여 하강과 상승, 즉 내려오심과 올라가심으로 표현한다.
마르 16,19에 따르면 “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다음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특히 예수님의 승천은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에서 상세하게 묘사된다. 이 두 책의 저자에게 있어 예루살렘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예루살렘은 구원의 역사의 중심이다. 예루살렘은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곳, 성령 강림이 일어난 곳, 복음 전파가 시작되고 교회 공동체가 시작된 곳이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베타니아 근처까지 데리고 나가신 다음, 손을 드시어 그들에게 강복하셨다. 이렇게 강복하시며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 그들은 예수님께 경배하고 나서 크게 기뻐하며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줄곧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다.”(루카 24,50-53) 여기에서 예수님이 승천하신 곳은 베타니아 근처로 언급된다.
사도행전은 승천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사도들이 함께 모여 있을 때에 예수님께 물었다. ‘주님, 지금이 주님께서 이스라엘에 다시 나라를 일으키실 때입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때와 시기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권한으로 정하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이르신 다음 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는데,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 예수님께서 올라가시는 동안 그들이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는데, 갑자기 흰 옷을 입은 두 사람이 그들 곁에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 그 뒤에 사도들은 올리브 산이라고 하는 그곳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그 산은 안식일에도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예루살렘에 가까이 있었다.”(사도 1,6-12)
여기에서 예수님이 승천하신 곳은 올리브 산으로 언급된다. 그곳은 예루살렘에서 안식일에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즉 걸음걸이로 2,000보의 거리였다. 이 본문에서는 역사적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의 연속성이 강조된다. 곧 제자들의 사명은 예수님의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도행전의 머리말은 예수님의 승천이 부활하신 뒤 40일 이후에 일어난 사건으로 소개한다. “테오필로스 님, 첫 번째 책에서 저는 예수님의 행적과 가르침을 처음부터 다 다루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이 뽑으신 사도들에게 성령을 통하여 분부를 내리시고 나서 승천하신 날까지의 일을 다 다루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수난을 받으신 뒤, 당신이 살아 계신 분이심을 여러 가지 증거로 사도들에게 드러내셨습니다. 그러면서 사십 일 동안 그들에게 여러 번 나타나시어,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사도 1,1-3)
■ 올리브 산의 중요 순례 장소
예루살렘의 동쪽에 위치한 올리브 산에는 겟세마니 대성당, 겟세마니 동굴 성당, 마리아 무덤 성당, 주님 눈물 성당(Dominus Flevit), 주님의 기도 성당(Pater Noster), 그리고 예수 승천 경당 등이 있다. 겟세마니 대성당에서 북서쪽으로 200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마리아 무덤 성당은 1757년 이후 그리스 정교회와 아르메니아 정교회가 관리하고 있다. 주님 눈물 성당(Dominus Flevit)은 예수님이 예루살렘을 내려다보면서 눈물을 흘리신 사건(루카 19,41-44)을 기념한다. 이 성당은 1955년에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의해 세워졌다.
그리고 주님의 기도 성당(Pater Noster)의 회랑 벽에는 타일 판에 세계 각국의 언어로 주님의 기도(마태 6,9-13; 루카 11,2-4)가 새겨져 있다. 이 성당에 우리말로 된 주님의 기도는 가톨릭용과 개신교용이 있다. 이 성당과 그곳의 가르멜 수녀원은 1875년에 완공되었다. 주님의 기도 성당에서 왼쪽 길로 북쪽으로 가면 예수 승천 경당이 있다.
■ 예수 승천 경당
콘스탄티누스 황제 이전에 예루살렘의 그리스도인들은 올리브 산의 한 동굴에서 예수님의 승천을 기념하고 거행하였다. 왜냐하면 당시의 그리스도인에게는 감추어진 장소가 더 안전했기 때문이다. 384년에 에제리아(Egeria)는 이 동굴 근처 언덕에서 열린 예수님 승천의 전례 거행에 참석하였다. 이 자리에 첫 번째 성당이 세워진 것은 392년에 로마 황제의 가족 중 한 사람인 포이메니아(Poimenia)에 의해서였다. 당시 성당의 천장은 하늘을 향해 열려 있었다. 그 후 성당은 여러 차례 파괴되고 재건되었다. 십자군 시대에 세워진 성당은 그 이전의 원형 모양을 팔각형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성당 근처에 수도원도 세웠다. 중세기의 그리스도인들은 성당 바닥에 있는 오른쪽 발의 흔적을 예수님의 것으로 여겼다. 오늘날에도 이 발자국이 남아 있는데, 그것이 예수님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역사적 신빙성이 매우 희박하다.
예수 승천 경당은 1198년에 살라딘(Saladin)에 의해 점령되고 이슬람인들의 손에 넘어 갔다. 그들에 의해 1200년에 경당이 복원되었을 때 십자군 시대 성당의 중요 부분이 보존되었으나 천장에 둥근 돔 모양의 지붕이 만들어졌다. 결국 예수 승천 경당은 이슬람의 사원(Mosque of the Ascension)이 되어 오늘에 이른다. 비록 예수님의 승천이 코란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이슬람인들은 그것을 믿고 있다. 오늘날 이슬람인의 소유인 예수 승천 경당에서는 1년에 하루, 즉 주님 승천 대축일에 그리스도인들이 미사 전례를 거행하도록 허락된다. 이곳에서 마태오 복음서의 마지막 구절을 기억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성서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연구소에서 성서학박사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빛, 2014년 12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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