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산책 신약] 요한 묵시록
그리스도는 승리하신다 신약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 묵시록은 환시를 통해 내용을 전달하는 묵시문학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요한 묵시록은 서문(묵시 1,1-20)과 결문(묵시 22,6-21)을 제외하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부분은 ‘일곱 교회에 보낸 편지’(묵시 2-3장)입니다. 말 그대로 짧은 편지의 형태로 된 부분입니다. 요한 묵시록 안에서 숫자는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일곱’ 역시 창조와 관련하여 ‘완전’ 또는 ‘완성’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일곱 교회에 보낸 편지는 소아시아 지방에 있는 모든 교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곱 교회에 보낸 편지는 비슷한 형태 안에서 신앙인들에 대한 칭찬과 경고를 표현하며,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승리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약속으로 끝맺습니다. 그리고 이 약속은 앞으로 보여질 환시를 통해 모두 이루어집니다. 요한 묵시록의 둘째 부분은 4,1-22,5에 이르는 환시를 통해 전하는 내용입니다. 하느님과 어린양(그리스도)에 대한 환시로 시작해서 ‘새 예루살렘’이라 부를 수 있는 환시로 끝납니다. 요한 묵시록의 많은 환시는 재앙을 소개합니다. 일곱 봉인과, 일곱 나팔 그리고 일곱 대접을 통해 보여지는 재앙은 흔히 사람들이 이 책을 하느님께서 세상에 내리는 재앙의 책으로 이해하게 합니다. 하지만 요한 묵시록의 환시는 대상을 구분합니다. 재앙을 소개하는 환시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반대하는 세력, 곧 하느님을 믿지 않고 지금 신앙인들을 박해하는 이들에게 주어집니다. 반면에 ‘선택된 이들’에 대한 환시(묵시 7장)와 ‘두 증인’(묵시 11,1-14)에 대한 환시는 믿음을 간직한 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두려움을 주는 재앙에 대한 환시가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박해를 당하면서도 믿음을 간직하고 있는 신앙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 신앙인들을 박해하는 이들은 머지않아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무서운 심판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한 묵시록의 환시는 구약성경의 말씀들, 특별히 예언서의 말씀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치 모자이크처럼 예언의 말씀들을 통해 세부적인 이미지들을 표현합니다. 이것을 통해 요한 묵시록은 예언을 통해 주어진 하느님의 약속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임을 강조하고, 하느님께서 시작하신 구원 역사는 그리스도의 재림을 통해 완성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요한 묵시록은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인들이 믿음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요한 묵시록을 기록한 목적입니다. 상징적인 언어와 표현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신앙인들을 격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요한 묵시록은 믿는 이들에게 전하는 ‘희망과 위로의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14년 12월 28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서울주보 4면, 허규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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