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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경, 문화와 영성2: 가난한 이들의 성모자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11 조회수4,807 추천수1
파일첨부 카라바조_로레토의 성모.jpg [567]  

성경, 문화와 영성 (2) 가난한 이들의 성모자



먼 길을 걸어온 가난하고 늙은 두 부부 순례자들이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을 찾아 왔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 안에서 성모자(聖母子)를 만나는 순례자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가난한 이들의 신앙을 만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의 의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셨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가난은 사회학적이거나 철학적이거나 문화적인 범주가 아닙니다. 아니에요. 가난은 신학적 범주입니다. 그리고 첫째 범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하느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 우리와 함께 길을 가시려고, 스스로를 낮추어 가난하게 되셨기 때문입니다.”(2013년 7월 21일 삼종기도)


■ 카라바조의 <순례자들의 성모>

카라바조의 <순례자들의 성모, Madonna of the Pilgrims>는 <로레토의 성모, Madonna of Loreto>라고도 불리는데, 1604-1606년 캔버스에 그린 유화로 260×150cm이며 로마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 부근의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당(Basilica of St Augustine)에 있는 카발레티 경당(Cavalletti Chapel)에 있다. 이 그림은 성경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기보다는 이탈리아 로레토에 성모님의 집이 있었다는 중세시기 그 지역의 전설에 바탕을 둔 것이다.

○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이 살던 시골집은 낡고 평범하다. 성모자의 집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허름한 집의 벽은 갈라져 있다. 집 입구의 계단도 낡아 있다.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는 계단 위에 위치한다. 이런 평범한 집에 성모자가 살고 있었다.

○ 우리는 카라바조의 그림에서 빛과 어둠의 대비를 본다. 빛은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을 비추고 있고, 성모자 뒤의 집은 어둠 안에 있다. 빛으로 말미암아 성모자의 모습은 살아있는 생명력을 가진다.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의 모습은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이며 사실적이다. 성모님의 머리 뒤에 있는 후광이 없다면 우리는 그분을 그저 보통의 여인으로 알아볼 정도이다. 아기를 안은 성모님은 맨발로 서 있다. 이와 같이 카라바조의 그림에서 묘사된 성모자의 모습과 집 배경은 귀족적인 품위를 중시했던 당시의 화풍에 대한 하나의 도전이었다. 그래서 카라바조의 그림은 비난 받기도 하고 거부당하기도 하였다.

○ 성모 마리아의 얼굴은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순례자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길에는 사랑이 가득하고 따뜻하다. 마리아의 팔에 안긴 아기 예수님의 표정도 사실적이다. 예수님의 모습은 우리 곁에 태어난 한 아기로서 인간적이며 자연스럽고 소박하다.

○ 성모자를 만나러 온 늙은 부부 순례자들은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현하고 있다. 두 손을 모으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진지하게 표현되어 있다. 먼 길을 걸어오면서 짚었던 두 지팡이는 오른쪽 벽에 기대어 놓여 있다. 그들은 힘든 순례의 길을 걸어온 탓에 지쳐 있고 누추하다. 그들의 순례는 결코 화려하지 않다. 카라바조는 순례자들의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당시 이탈리아의 평범한 시골 농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되고 있는 듯하다. 두 순례자들의 얼굴은 매우 인간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서 그들이 겪은 인생의 시련과 가난한 삶을 알 수 있다. 모아진 두 손은 거칠기만 하다. 그들의 옷은 낡고 남루하다. 여인이 쓰고 있는 모자는 더럽다. 힘든 순례의 길을 걸어온 이들은 맨발이다. 남자 순례자의 더러운 맨발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을 향해 드러나 있다. 이러한 카라바조의 사실적인 묘사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이었다.

○ 우리는 카라바조의 <순례자들의 성모>에서 가난한 이들을 만나는 성모자를 발견한다. 그리고 성모자를 만나러 힘든 순례의 길을 마다하지 않은 가난한 순례자들을 발견한다. 결국 우리는 가난한 민중의 신앙을 만난다.


■ 가난한 민중의 신앙

교황 프란치스코는 <복음의 기쁨>에서 가난한 민중의 신앙심에 주목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민중의 신심(popular piety)은 “가난하고 소박한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하느님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 민중의 신심은 민중의 영성(popular spirituality), 민중의 신비주의(people’s mysticism)라고도 불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배워야 할 가난한 민중의 신앙이 어떤 모습인지를 다음과 같이 자세하게 소개한다.

“사랑이 낳는 애정 어린 공통의 본성을 통해서만 우리는 그리스도교 민중의 신심 안에, 특히 가난한 이들 안에 현존하는 신학적 생명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경 구절을 거의 못 외우지만 묵주 기도에 매달리며 병든 아이를 간호하는 어머니들의 굳건한 신앙을 저는 생각합니다. 또한 성모 마리아의 도움을 간구하는 누추한 집 안에 켜진 촛불에서 퍼져 나가는 큰 희망을 생각해 봅니다. 또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깊은 사랑의 눈길을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행위들을 하느님에 대한 순전히 인간적인 추구의 표현이라고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들은 우리 마음 안에 부어진 성령의 활동으로 길러진 신학적 생명의 표현입니다.”(교황 프란치스코, <복음의 기쁨> 125항)

○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을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이들의 교회,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라는 복음적 가치를 선택하고 살도록 초대한다.

○ “하느님은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십니다.”(교황 프란치스코, 2013년 6월 13일 페이스북)

○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나와서 인간의 거리로 가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배고픔과 목마름에 주린 사람들, 벌거벗고 비참해지고 노예가 된 사람들의 몸에서, 감옥과 병원에서 예수님의 상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 상처에 손을 대어 부드럽게 어루만질 때, 우리 사이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습니다.”(교황 프란치스코, 2013년 7월 3일 성 토마스 사도 축일 강론)

○ “우리는 우리 신앙과 가난한 이들 사이에는 떼어 놓을 수 없는 유대가 있다는 사실을 주저 없이 밝혀야 합니다. 결코 가난한 이들을 저버리지 맙시다.”(교황 프란치스코, 2013년 7월 21일 삼종기도)

○ “저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저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을 믿습니다. 그리고 복음의 핵심은 가난한 사람에게 하신 선포입니다. 나에게 복음의 핵심은 가난한 사람들입니다.”(교황 프란치스코, 2014년 3월 31일 벨기에 청소년과의 대화)

○ “교황은 모든 사람을, 곧 부유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을 똑같이 사랑하지만 부유한 이들이 가난한 이들을 돕고 존중하고 북돋아 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일깨워 줄 의무가 있습니다.”(교황 프란치스코, <복음의 기쁨> 58항)

*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성서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연구소에서 성서학박사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빛, 2015년 2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www.wga.hu/art/c/caravagg/07/42loret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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