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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리] 성경 속 도시48: 아인 카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6-15 조회수4,364 추천수1

[성경 속 도시] (48) 아인 카림


엘리사벳, 마리아와 태중의 예수님 반겨



성모님 방문 성당에 들어서면 성모님과 엘리사벳이 임신한 배를 맞대고 있는 성상이 순례객을 반긴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아인 카림(Ein Karem)은 예루살렘 서남쪽으로 7~8㎞쯤 떨어져 있는 계곡 속에, 포도나무와 올리브나무들로 가득한 아주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다. ‘포도밭의 샘’이란 뜻의 아인 카림은 1948년 이전까지는 이슬람과 그리스도인이 함께 살고 있었던 조용한 마을이었다. 그런데 1948년 아랍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하게 되자 기존의 아랍인은 이 지역을 모두 떠나갔다. 이스라엘이 승리하자 유다인이 아인 카림을 점령했고, 이스라엘은 법을 만들어 제도적으로 아랍인들을 추방했고, 유다인들이 정착하게 됐다.


요한 세례자의 출생지


물론 성경에는 아인 카림이라는 지명은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인 카림은 요한 세례자의 출생지와 처녀 마리아가 친족 엘리사벳을 방문한 장소로 예로부터 유명하다. 요한 세례자는 예수님과 거의 동시대를 살았고 예수님과 아주 가까운 인척이었다. 요한 세례자는 예루살렘 성전의 사제인 즈카르야와 성모님의 친척 엘리사벳의 아들로 예루살렘 남서쪽에 위치한 아인 카림에서 태어났다(루카 1.57-66). 아인 카림이 더 유명하게 된 것은 그리스도교 순례자들이 즐겨찾는 ‘성모님 방문 성당’과 ‘세례자 요한 탄생 성당’이 있어서다.

세례자 요한 탄생 기념 성당에 들어서면 성경에서 언급하는 요한 세례자의 탄생 이야기에서 보듯 하느님 섭리를 느끼게 된다(루카 1,5-25). 이 성당은 5세기쯤에 세워졌지만 파괴됐다가 십자군 시대에 재건됐다. 그 후 이슬람 침입으로 완전히 파괴됐다.

현재의 기념 성당은 17세기에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복구를 시작해 1885년에 보수하고 개축한 성전이다. 성당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 벽에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기뻐하며 노래한 아버지 ‘즈카리아의 노래’가 여러 나라 말로 적혀 있다. 한글 노래도 걸려 있어 반갑다.

‘세례자 요한 탄생 성당’에서 약 1㎞ 떨어져 있는 ‘성모님 방문 성당’으로 가다 보면 주차장 옆에 있는 ‘마리아의 샘’을 만나게 된다. 이 샘은 14세기부터 마을 사람들에 의해 ‘마리아의 샘’으로 불리고 있다. 그 위에는 이슬람 사원이 자리하고 있다. 마리아의 샘’을 지나 한적한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산 중턱에 아담한 기념 성당이 기다리고 있다.

‘성모님 방문 성당’은 나자렛의 ‘성모 영보 대성당’과 함께 가장 중요한 성모님 성지 가운데 하나다. 천사로부터 “성령으로 잉태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처녀 마리아는 유다 산골 즉 아인 카림에 사는 즈카리아의 집을 방문, 사촌 언니 엘리사벳을 만난다.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루카 1,39-40). 마리아를 본 순간, 엘리사벳은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하며 감격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와 태중의 예수님을 반갑게 맞았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집에 약 3개월간 머물렀다(루카 1,56). 이렇게 엘리사벳은 구세주를 기다리는 전 인류의 상징이 됐고, 마리아는 구원을 전하는 공동체인 교회의 상징이 됐다.


나자렛에서 130㎞ 넘는 먼 거리

성경에서는 마치 가까운 동네를 방문하는 것처럼 간단하게 서술돼 있지만 성모님이 계시던 나자렛에서 산악 지방 아인 카림까지는 실제로 130㎞가 넘는 아주 먼 거리다. 서둘러 걸어도 사나흘이 족히 걸리며 산을 넘어야 하는 험한 길이었다. 현재 두 분의 만남을 기념하는 성당 앞마당에는 두 분이 임신한 배를 맞대고 있는 재미있는 기념석상이 있으며 성당 담벽에는 성모님의 노래 ‘마니피캇’이 전 세계 언어로 새겨져 부착되어 있다.

[평화신문, 2015년 6월 14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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