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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 이스라엘 이야기: 참나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03 조회수4,638 추천수1

[이스라엘 이야기] 참나무


‘한 오백 년’ 장수 특성… 다윗 왕실의 영원함 비유



우람한 모습의 참나무.


상수리나무는 우리말 성경에 ‘참나무’로 나온다. 우리나라에도 많지만 이스라엘에도 잘 자란다. 간혹 이스라엘에서 도토리 주렁주렁 달린 참나무를 볼 때면, 고향에서 먹던 묵이 생각나곤 했다. 참나무라는 이름은 예부터 ‘진목’(眞木), 곧 ‘진짜 나무’로 귀히 여겼기 때문이다. 목재로도 좋고, 구황식량으로 묵을 쑤는 도토리를 제공했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도 참나무는 여러 모로 유용했다. 도토리는 삶아서 황갈색 염료로 쓰고, 참나무 껍질에 포함된 타닌으로는 가죽을 다듬었다. 참나무 목재는 건축이나 도구/연장 제작, 배 건조 등에 사용되었다.

참나무는 실용적이었을 뿐 아니라, 성스러운 나무였다. 히브리어로 참나무는 ‘엘론’이라 한다. 나무 이름에 하느님을 뜻하는 ‘엘’이 포함돼, 신성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 게다가 참나무는 십 미터 이상 자랄 수 있다고 한다. 고대인들은 키 큰 나무를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다리처럼 여겼다. 그래서 ‘엘론’은 사람 이름으로도 많이 사용되었으며, 이스라엘 판관 중에는 즈불룬 사람 엘론이 있었다(판관 12,11). 지금도 유다인들이 자녀들에게 즐겨 붙이는 이름이다.

덩치가 우람한 참나무는 성경에 힘의 상징으로도 나타난다(아모 2,9: “그 아모리인들은 향백나무처럼 키가 크고 참나무처럼 강하였지만”). 특히 바산 지방이 참나무로 유명해, 이사야서와(2,12-17) 즈카르야서는(11,2) 바산의 참나무를 오만과 교만, 강대국의 상징으로 묘사했다. 이스라엘에서는 골란 고원이 바산 땅의 일부다. 또한 참나무는 ‘한 오백 년’ 살 수 있으므로, 장수 나무에 속한다. 뿌리가 땅 깊이 박혀, 건조한 날씨에도 잘 견딘다. 이렇듯 생명력이 강해, 줄기가 잘려도 그루터기에서 싹이 다시 돋아난다. 그래서 이사야는 이스라엘이 벌을 받아 멸망한 뒤에도, 참나무 그루터기처럼 생존자들이 남아 후대를 이어가리라 예언했다(6,13: “아직 그곳에 십분의 일이 남아 있다 하여도 그들마저 다시 뜯어 먹히리라. 향엽 나무와 참나무가 잘릴 때 거기에 남는 그루터기와 같으리라. 그 그루터기는 거룩한 씨앗이다”). 비슷한 그루터기 모티프가 이사 11,1에도 이어져, ‘다윗 후손과 평화의 왕국’ 예언에 다음과 같이 반영되었다: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움틀 것이다.’ 이사이는 다윗의 아버지다(룻 4,22). ‘그루터기’는 다윗 왕실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이 신탁은 미래에 세워질 다윗 후손 예언으로서, 신탁의 실현은 신약 시대 예수님에게서 찾을 수 있다(로마 15,12).

길가에 떨어진 도토리.


하느님의 이름을 품은 참나무 엘론의 신성함은 창세 12,6-7에 최초로 암시된다. 아브람은 칼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에 들어온 뒤, 스켐의 성소, 모레의 참나무가 있는 곳을 찾아갔다. 그곳에 하느님이 나타나시어 많은 후손을 약속하시자, 아브람은 주님을 위한 제단을 쌓았다. 아브람이 아브라함으로 바뀐 뒤, 마므레의 참나무 아래에 있을 때는 세 천사들이 방문해 왔다(창세 18,1). 그때 아브라함은 사라의 잉태를 예고 받는다. 판관 시대에는 기드온의 서자 아비멜렉이 스켐의 참나무 아래에서 임금으로 세워진 일이 있었다(판관 9,6). 북왕국의 태조 예로보암은 ‘단’과 ‘베텔’에 금송아지 제단을 만들었는데(1열왕 12,26-29), 단에서 발견된 제단 옆에는 지금도 참나무가 자란다. 곧, 제단을 만들 때, 임금을 옹립할 때, 하느님과 천사들이 발현하실 때, 늘 참나무가 있었다.

추상적인 것보다 시각적인 것에 끌리는 인간에게 참나무는 참 특별했다. 그래서 참나무는 그 특별함을 넘어, 우상 숭배의 근원이 되기에 이른다. “점쟁이 참나무”(판관 9,37)라는 것이 있었을 정도로. 구약성경을 보면 우상 숭배는 주로 나무 아래에서 일어났는데, 참나무가 자주 끼어있다(호세 4,12-13: “내 백성이 저마다 제 나무에 묻고 그 가지가 대답을 하니…… 그들은 산꼭대기에서 희생 제물을 바치고…… 참나무와 은백양과 향엽나무 아래에서도 분향한다” 이사 57,5: “너희는 참나무들 사이에서 온갖 푸른 나무 아래에서 정욕을 불태우고…… 자식들을 죽여 제물로 바친다”). 참나무로 우상을 만들어 섬기기도 했다(이사 44,14 참조). 곧, 참나무에 부여된 신성에 힘입어 어떤 이는 참 하느님을 만났으나, 또 어떤 이는 참나무 자체를 신으로 보고 섬기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갈릴래아 호수 건너편 멀리 바산 땅 일부인 골란 고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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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소피아) -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에서 구약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루살렘 주재 홀리랜드 대학교에서 구약학과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5년 8월 2일, 김
명숙(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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