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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리] 성경 속 도시56: 키르 헤레스(하레셋)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09 조회수3,771 추천수1

[성경 속 도시] (56) 키르 헤레스(하레셋)


모압에 대한 애도의 눈물 흘러



모압 왕국의 수도였던 키르 헤레스에 있는 성곽. 리길재 기자


키르 헤레스(하레셋)는 현재의 케라크(Kerak)로 한때는 모압 왕국의 수도였다. 삼면이 깊은 계곡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주변의 언덕과 깊은 계곡들로 적의 공격이 쉽지 않은 천혜의 요새다. 키르 헤레스는 로마와 비잔틴 시대에는 도시가 발달해 중요한 그리스도교 지역이 되기도 했다.

또 이른바 ‘임금의 큰길’에 있어 여러 시대에 걸쳐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 “이제 임금님의 땅을 지나가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밭이나 포도원을 지나가지 않고 우물물도 마시지 않겠습니다. ‘임금의 큰길’만 따라가겠습니다. 임금님의 영토를 다 지나갈 때까지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지 않겠습니다”(민수 20,17).


‘임금의 큰길’에 있어

‘임금의 큰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통신로다. 그래서 이 ‘임금의 큰길’은 오래 전부터 북쪽의 고대 바산, 길르앗 및 암몬을 남쪽의 모압, 에돔, 바란 및 미디안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아브라함도 하느님 부르심을 받고 고향을 떠나 가나안을 향하는 여정에서 이 길을 이용했을 것이다. 이 길은 요르단에서 가장 뛰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들과 가장 중요한 고대 유적지들을 통과한다.

성경에서 키르 헤레스(하레셋)는 이스라엘에 반란을 일으킨 에돔과 북이스라엘, 유다의 연합군이 전쟁해 승리한 곳이다. “그들은 성읍들을 부수고 병사들마다 모든 옥토에 돌을 던져 그곳을 돌로 가득 채웠으며, 물이 솟는 샘을 모두 틀어막고 좋은 나무들을 모조리 쓰러뜨렸다. 그리하여 마침내 키르 하레셋에 돌담만 남게 되었는데, 그곳마저 투석병들이 포위하고 공격하였다”(2열왕 3,25). 모압 임금은 전투에서 밀리자 자기 뒤를 이어 임금이 될 맏아들을 데려다가, 성벽 위에서 번제물로 바쳤다. 그러자 무서운 분노가 이스라엘군에 내렸다. 이스라엘군은 그곳에서 철수해 본국으로 되돌아갔다(2열왕 3,4-27 참조).

키르 헤레스는 이사야 예언서에도 두 번 언급된다. 이사야 예언에서는 당시의 키르 헤레스(하레셋)의 중요한 생산품이었을 ‘건포도 과자 생각에 더없이 상심하며 탄식한다’는 표현으로 모압에 대한 애도를 표현하고 있다(이사 16,7-11 참조).

예레미야 예언자도 키르 헤레스 사람들을 위해 슬피 울겠다고 예언한다. “그러므로 내가 모압을 두고 통곡하고, 모압 전체를 위해 울부짖으며, 키르 헤레스 사람들을 위해 슬피 울겠다”(예레 48,31).


중세 성채가 남아

현재 키르 헤레스에 남아 있는 성채는 중세 십자군 시대에 요르단 지역에 두 번째로 건축된 것이다. 십자군은 이 성에서 ‘임금의 큰길’을 통한 무역 길을 통제하고 예루살렘으로 연결되는 그리스도교 성지 순례자를 보호하는 목적으로 이용했다. 지금도 이중삼중으로 쌓인 성채 안에는 막사와 감옥이 잘 보존돼 있다.

1924년 유적 발굴을 통해 모압인과 로마 시대부터 중세 아랍시대 도기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성 안에는 작은 규모의 박물관이 마련돼 있어 키르 헤레스의 긴 역사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요르단 중부 지역의 도청 소재지이며 곡류, 채소, 과일 등 농산물 생산이 많은 지역이다.

[평화신문, 2015년 8월 9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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