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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이스라엘 이야기: 초막절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27 조회수5,078 추천수1

[이스라엘 이야기] 초막절


한 해 동안의 결실에 감사하는 기쁨의 절기



초막 안에서 명절을 보내는 유다인 가정.


우리나라에는 한가위가 있고, 이스라엘에는 ‘초막절’이라 부르는 추수감사절이 있다. 초막절은 유다력으로 티시레이 달 15일부터 이레 동안 지낸다. 음력을 따르므로 해마다 날짜가 바뀌지만, 올해는 우리 한가위와 얼추 겹친다. 9월 27일 저녁부터 10월 4일 저녁까지다. 명절이 저녁에 시작되는 이유는, 유다인들이 하루의 시작을 해가 진 뒤부터로 해석해온 까닭이다(저녁이 아침보다 먼저 나오는 창세 1,5.8.13 등을 참조하시라). 우리나라에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듯이, 한해 수확물을 거둬들이는 초막절은 예부터 이스라엘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절기였다(레위 23,40 신명 16,14).

초막절이라는 이름은,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유랑하는 동안 초막을 짓고 살았던 데에서 유래했다(레위 23,43). 그때 하느님이 구름과 불기둥으로 어떻게 백성을 보호하셨는지 영원토록 기억하기 위해서다. 고대 전승에 따르면, 아브라함이 한창 더운 대낮에 길손 셋을 천막으로 초대해 쉴 곳을 주었기에(창세 18,1-5), 이스라엘도 뜨거운 광야에서 초막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창세기 라바 48,10). 실제로는 이스라엘이 광야에 살 때 나무가 부족한 곳이라 천막을 쳤겠지만, 가나안 정복 뒤 농경 사회가 되면서 초막으로 바뀐 듯하다. 밭에 지은 초막은 바쁜 추수철마다 임시 거처로 사용되곤 했다(이사 1,8: ‘초막’ 참조). 그러므로 초막절은 광야 유랑 시대에 얽힌 역사적 의미에 농경적 의미가 더해진 명절임을 짐작할 수 있다. 성경은 초막절을 ‘추수절’이라는 이름으로도 소개한다(탈출 23,16). 한 해 동안 땀 흘린 결실을 거두니(신명 16,13), 온 이스라엘이 즐거워한 이유도 이해된다. 특히 포도 수확은 흥겨움과 기쁨이 넘쳤다(판관 9,27 참조). 두고두고 마실 포도주를 생각하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지 않았겠는가?

성경 시대에 초막절은 모든 히브리 남자들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성전을 순례해야 했던 의무 축제였다(탈출 23,14-17 참조). 하지만 지금은 성전이 없으니, 유다인들은 가족 단위로 회당과 집을 오가며 명절을 지낸다. 집 근처에는 손수 초막을 짓고, 이레 동안 그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유다교 율법에 의하면, 절기 동안 초막이 집보다 우선적인 거주지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 올 때만 집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느헤 8,16의 기록에 따라, 보통 마당이나 발코니, 옥상 등에 짓는다(“백성은 나가서 나뭇가지들을 꺾어다가 저마다 제집 옥상이나 뜰, 하느님의 집 뜰이나 ‘물 문’ 광장이나 ‘에프라임 문’ 광장에 초막을 만들었다”). 초막절에는 온 이스라엘이 모여 주님의 율법을 봉독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어서(신명 31,10-12), 유다인들은 초막절 뒤 여덟째 날을 ‘심핫 토라’(토라의 기쁨)로 지내왔다. 이날은 안식일마다 회당에서 조금씩 읽어온 모세오경을 마무리하고, 처음으로 되돌아가 창세기부터 새로 봉독을 시작하는 날이다. 이런 성경 봉독 관습은 우리가 미사 때 조금씩 읽는 독서나 복음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되겠다.

풍요로운 이즈르엘 평야.


이스라엘의 절기는 기후와 관련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초막절도 마찬가지다. 우기가 시작되자마자, 곧 ‘이른 비’(신명 11,14)가 내리는 시즌에 지낸다. 이른 비는 ‘가을비’로서, 새해에 내리는 첫 비를 가리킨다. 이스라엘에서는 신년이 가을인 티시레이 달에 시작한다. 탈출 23,16에도 ‘추수절’이 ‘연말’이라는 말과 함께 나오듯이, 초막절은 해가 바뀌게 되는 우기와 맞물리는 절기다. 이때 내리는 비는 건기 동안 굳은 토양을 열어 파종을 도와준다. 그 뒤 12~2월은 장마철이고, 3~4월에는 ‘늦은 비’(신명 11,14) 곧 봄비가 내린다. 봄비가 지나가면 건기가 시작되므로, 늦은 비는 그 해 ‘마지막 비’라는 뜻이다(이때는 파스카 축제를 지낸다. 초막절과 파스카는 한 해의 쌍봉을 이루는 명절이다). 그러니 예부터 초막절을 기점으로 시작하는 우기에 내리는 비가 농사에 얼마나 중요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기원전 6세기 후반에 즈카르야는 누구든 초막절에 예루살렘에서 주님을 경배하지 않으면, ‘비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즈카 14,17). 유다인들은 지금도 초막절 뒤 여덟째 날에 비를 청하는 기도를 바친다. 또한 이천 년 전 예수님이 초막절을 맞아 예루살렘에 가셨을 때, 왜 ‘목마른 자들은 나에게 오라’고 초대하셨는지 그 배경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요한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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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소피아) -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에서 구약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루살렘 주재 홀리랜드 대학교에서 구약학과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5년 9월 27일, 
김명숙(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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