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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리] 이스라엘 이야기: 사해(死海)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16 조회수4,481 추천수1

[이스라엘 이야기] 사해(死海)


저절로 물에 ‘둥둥’… 세계서 가장 낮은 ‘소금 바다’



- 원래는 얕은 바다였다가 육지로 바뀐 유다 광야 계곡. 지금도 유명한 지진대에 속한다.


필자는 바닷가가 고향이지만 수영은 배우지 못했다. 그래도 유일하게 흉내라도 내는 곳이 사해다. 그곳만 가면 물 만난 고기 마냥 둥둥 떠서, 평생 맥주병인 한풀이를 한다. 아무리 무거워도 바다가 가볍게 안아 주니, 얼마나 즐거운지! 한 끼에 라면을 다섯 개쯤 먹는 천하장사도 새털처럼 사해 품에 안길 수 있다. 이렇게 물에 쉽게 뜨는 건 사해에 포함된 소금 함량이 높아서다. 염도가 30% 정도다. 물 세 컵을 뜨면 한 컵이 소금일 정도니, 수영하다 쥐가 나도 가라앉을 일이 없다. 1세기 역사학자 요세푸스는 로마 장군 베스파시아누스가 정말 그런지 보려고 포로들을 사해에 던져 넣었다고도 기록했다. 사해는 이처럼 염도가 높아 성경에는 ‘소금 바다’(창세 14,3 등)라고 나온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이 성전 제사에 사용한 소금도 사해에서 얻었을 듯하다(레위 2,13에는 ‘곡식 예물에 반드시 소금을 치라’는 율법이 나온다). 생명체가 살 수 없을 만큼 짜서, 요즘에는 소금 바다보다 사해(死海)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사해가 이렇게 짜진 까닭은 무엇일까? 그 비밀은 바로 낮은 고도에 숨어 있다.

사해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지점으로, 해저 400미터에 자리한다. 주요 수원은 이스라엘 최북단인 헤르몬 산이다. 헤르몬 물줄기가 요르단 강을 타고 갈릴래아 호수로 들어갔다가, 다시 요르단 강을 타고 사해까지 이어진다. 그러다가 사해에 도착하면 물은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고인다. 그리고 사해를 둘러싼 아라바 계곡은 예부터 지각 작용이 활발한 곳이었다(아라바는 갈릴래아 호수부터 사해를 거쳐 홍해까지 연결하는 계곡이다). 원래는 얕은 바다였다가 육지로 바뀐 것인데, 지금도 유명한 지진대에 속한다. 장장 5600킬로미터 길이로 시리아에서 아프리카까지 잇는, 세상에서 가장 긴 단층의 일부다. 사해 주변 광야에 플랑크톤이나 조개껍데기가 뭉쳐 만들어진 석회암, 초크가 많은 것도 처음에는 모두 얕은 바다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사해도 이 단층 작용으로 인해 바닷물이 낮은 지점으로 몰리면서 형성된 지형이다(요르단 강이나 갈릴래아 호수도 같은 원리로 만들어졌다. 다만 짠물은 모두 사해로 내려가고 서서히 민물이 채워지게 되었다).

사해 전경.


사해의 또 다른 수원은 예루살렘 빗물이다. 사해는 예루살렘에서 동쪽으로 30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는데, 이스라엘의 동쪽 끝이기도 하므로 성경에는 ‘동쪽 바다’(에제 47,18 즈카 14,8)라고도 나온다. 고도는 예루살렘이 해발 750미터 정도고 사해는 해저 400미터라, 차이가 1킬로미터 이상 난다. 이 때문에 예루살렘에 비가 내리면, 물이 비탈을 타고 폭포처럼 쏟아져 사해 주변 광야에 홍수를 일으킨다. 차를 타고 근처를 지나가다간, 거센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기 십상이다. 이 물은 강처럼 불어서 낮은 곳을 향해, 곧 사해를 향해 흘러간다. 그러다 보니 소금이나 유황 같은 광물질이 요르단 강물·빗물에 쓸려 사해에 쌓이고, 뜨겁고 건조한 기후 속에 끊임없이 증발이 일어나 농도가 짙어졌다. 소금 함량이 높은 덕에 썩지는 않지만, 사해는 결국 생명이 깃들 수 없는 죽음의 바다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인간다운 자비심을 잃고 폭력을 휘두르다가 유황불에 망했다는 소돔과 고모라(창세 19,1-29)도 사해 근처였다고 하니 퍽 의미심장하다. 불경한 세상이 대홍수에 덮이듯(창세 6,9-8,14), 부패한 소돔과 고모라가 사해라는 죽음의 물 아래 덮여 버렸으니 말이다.

사해가 생성된 뒤 거쳐 온 과정을 보면, 우리 삶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받기만 하고 내보내지는 않는 바다. 그래서 죽어 버린 바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은가? 평생 받기만 하고 베풀 줄 모르는 ‘왕 소금’은 인간다운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이다. ‘안락하게 살면서도 가련한 이들을 핍박한’(에제 16,49) 소돔과 고모라가 죽음의 바다에 묻혀 버렸듯. 하지만 사해는 ‘고인 물은 썩는다’는 불문율을 깬 바다답게 다른 교훈도 준다. ‘세상의 소금’이 되라는 마태 5,13-15를 이곳에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씀은 사해가 소금 덕에 썩지 않듯이, 우리도 세상이 썩지 않도록 막아 주는 그런 역할을 하란 뜻일 것이다. 게다가 사해가 낮은 자리로 자신을 낮추었기에 자기에게 들어오는 모든 것을 품어 줄 수 있었음을 생각하면, 또 다른 깨달음을 주는 바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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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소피아) -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에서 구약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루살렘 주재 홀리랜드 대학교에서 구약학과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6년 1월 17일,
김명숙(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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