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모압 사람 모압(Moab)의 뜻은 아비의 소생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에게서 얻은 자식이란 뜻이다. 창세기에 의하면 롯의 맏딸은 아버지 롯과 관계해 아들을 낳는데(창세 19,37) 모압족 조상으로 소개되어 있다. 창세기 기록이다. ‘소돔과 고모라가 망한 후 롯은 두 딸과 함께 살았다. 그때 맏딸이 작은딸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늙으셨고 이 땅엔 우리에게 올 남자가 없다. 아버지에게 술을 드시게 한 다음 함께 누워 그분에게서 자손을 얻자. 그날 밤 맏딸은 아버지에게 술을 들게 한 다음 함께 누웠다. 이렇게 해서 아버지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맏딸은 아들을 낳고 모압이라 했다. 모압족 조상이다(창세 19,30-38). 이 기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두 딸이 아버지 롯을 술취하게 한 다음 아이를 가지려 했다는 내용에 얼마만큼의 신빙성이 있을까? 후대의 견해는 모압족을 깎아내리기 위한 기록에 비중을 두고 있다. 출생 자체부터 이스라엘에 종속되었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모압족은 이스라엘과 가까운 관계면서도 껄끄러운 존재였다. 이들은 사해 동쪽 고원지대에 살았다. 현재의 요르단 지역이다. 이집트를 탈출했던 이스라엘이 모세 인도로 가나안을 향하고 있을 때였다. 그들은 모압인 거주지역을 지나야 했다. 모세는 예를 갖춰 통과를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판관 11,17). 엄청난 무리가 국경을 지나게 해달라니 허락할 리 만무했다. 이스라엘은 전쟁과 우회를 논의하다 우회 쪽으로 돌아선다. 모압인은 만만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윗의 증조할머니 롯은 모압여자였다. 룻기에 의하면 롯의 남편 보아즈는 예리코 함락에 공헌했던 정탐꾼 살몬의 아들이다. 그의 손자가 다윗 아버지 이사이(Jesse)였다(1사무 17,12). 이런 이유로 다윗은 사울의 박해를 피해 모압 땅으로 피신한 적이 있다. 다윗은 환영 받았고 그곳에서 숨어 지냈다. 하지만 왕이 된 뒤에는 모압을 쳐서 속국으로 만들었다(2사무 8,2). 역사의 아이러니다. 모압은 인근 나라를 정복할 만큼 강대국은 아니었지만 경제적으로 풍족했고 고지대에 위치해 외세의 침입을 쉽게 견딜 수 있었다(예레 48,11). 그러나 다윗에 패한 뒤에는 아시리아 속국이 되었고 이후 바빌론 포로 시대를 거치면서 주변국에 흡수된다. 1세기 로마에 합병된 나바테아 왕국엔 모압인이 많았다고 한다. [2016년 1월 17일 연중 제2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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